경찰이 정차 요구를 무시한 채 순찰차를 들이받고 달아나려던 음주운전 의심 차량에 실탄을 발사해 타이어를 터뜨리고, 운전자에게는 테이저건을 이용해 제압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추격전을 벌여 약 30분만에 피의자를 검거했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28·회사원)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18분쯤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의 해안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에서 자신의 SUV 차량을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 차량을 뒤따르던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앞의 차량이 비틀대면서 달리는데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출동해 A씨에게 정차를 요구했으나, A씨는 이를 무시하고 약 14㎞를 운전해 안산시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는 차량을 몰고 지상 4층까지 올라갔다가 앞을 가로막은 순찰차를 여러 차례 들이받아 밀어낸 뒤 지상 2층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A씨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순찰차로 막고 A씨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차량을 앞뒤로 움직이며 도주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주차해 있던 다른 차량 17대와 순찰차 2대를 들이받고 주차장 기둥과 부딪히기도 했다.
경찰은 공포탄을 쏘면서 경고했지만 A씨의 난동은 계속됐다. 경찰은 결국 A씨의 차량 타이어에 실탄을 발사해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고, 삼단봉으로 운전석 쪽 유리를 깨고 A씨에게 테이저건 1발을 쏴 11시55분쯤 검거했다. 경찰관이 소지한 권총 1정에는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이 장전되는데, 경찰관 2명이 각각 탄알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로 확인됐다. A씨의 거주지는 인천이며 도주하다 들어간 오피스텔과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장 동료들과 소주 등을 마시며 회식을 한 뒤 귀가하던 중이었으나 운전대를 잡은 경위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도주한 이유에 대해서는 “붙잡힐까 무서워 그냥 도망치려 했다”고 말했다. A씨에게서 약물 복용 등의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4년전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산단원서 8대, 시흥서 2대 등 모두 10대의 순찰차를 동원해 총력 대응했다”며 “운전자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주를 시도하는 등 위험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제압에 나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