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의 한 동물보호소가 위탁받아 키우던 강아지 100여 마리를 처리업자에게 넘겨 암매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업체는 사정이 생겨서 반려동물을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파양비’를 받고 동물을 대신 키워주는 신종 동물보호소다. 이곳 업주 등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하며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만원을 받고 강아지들을 데려온 후, 처리 업자에게 넘겼다. 이 개들은 둔기에 맞거나, 영양실조, 질식 등으로 죽음에 이르렀고, 결국 암매장됐다.
14일 여주경찰서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0일 이천시의 한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업주 30대 A씨 등 2명과 처리업자 30대 B씨 등 3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직원 등 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동물보호소의 개 118마리를 처리업자 B씨에게 넘겨 살처분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업체는 B씨에게 마리당 10~30만원의 처리비용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 개들을 여주시 북내면 장암리에 있는 개인 소유 토지에 파묻은 혐의를 받는다.
라이프에 따르면, A씨는 사정상 키우기 어려워진 반려동물을 대신 키워주겠다고 업체를 홍보해 손님들을 모았다. 이 업체는 반려견 위탁 후 30일 동안은 개 사진을 보내주는 등 주인을 안심시키고, 이후 추가 금액을 지불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공개 기간을 늘리는 방식 등으로 운영했다고 한다.
계약서상 위탁(파양) 비용은 최소 수십 만원에서 수백만원, 많게는 천만원 단위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공개 기간이 지난 개들을 B씨에게 넘겨 살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가 올해 초 확보한 제보 내용을 직접 확인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라이프는 지난 4월 직접 비닐하우스에 암매장된 개 사체들을 찾는 등 증거를 수집해 같은 달 경찰에 신고했고, 살아있는 개 65마리를 구조했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동물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파양하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이용하여 사기 행각을 벌이고, 동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일당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며 “동물을 쉽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인식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동물 파양을 유도하는 업체, 안락사 없는 보호소의 타이틀 등에 주의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