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 착륙 중 항공기 비상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긴급체포된 30대 남성 A씨가 지난 5월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뉴스1

지난 5월 승객 190여명이 탄 아시아나 여객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강제로 비상문을 연 3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국내에서 운항 중인 여객기 출입문을 개방한 국내 최초 사례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정진우 판사는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32)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5월 26일 대구공항 상공 224m 지점에서 착륙을 위해 시속 260km 속도로 내려오던 여객기에서 갑자기 레버를 조작해 비상문을 열고,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발판)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승객 12명이 호흡 곤란과 손 떨림 증상을 보였고, 이중 9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가 훼손한 슬라이드 수리비는 6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착륙 도중 항공기가 폭발할 것 같아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다”고 진술했다. 법원의 정신 감정 결과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가족이 거주하는 대구에서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해당 여객기를 탄 것으로 조사됐다.

정 판사는 “A씨가 공중에서 여객기 비상문을 열어 많은 승객을 위험에 빠뜨렸고, 이 행위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정신 질환 우려가 있어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해 보이므로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