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씨가 26일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측은 앞서 경찰조사에서 유흥업소 실장 김모(여·29)씨가 “이씨가 빨대를 이용해 케타민을 코로 흡입하는 걸 봤다”고 진술한 데 대해 코로 흡인한 것은 맞지만 “수면제인줄 알았다” “마약인 줄 모르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배우 이선균씨가 지난 24일 오전 5시쯤 경찰의 3번째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뉴시스

이씨는 또 김씨와 만난 사실, 김씨로부터 약물을 받아 흡인한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선 줄곧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씨 측의 요청을 검토한 뒤 거짓말 탐지기 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경찰 수사는 유명 연예인 여럿이 연루됐다고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확대됐지만, 지금까지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씨마저 기소가 불투명해질 경우 경찰은 부실 수사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선균 공갈 20대 女, 영장심사 불출석

이선균씨의 마약 투약 의혹은 그가 회원제 유흥업소 실장 김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A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하면서 사실상 알려졌다. 두 여성이 마약 투약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이씨로부터 3억5000만원을 뜯어냈다는 것인데, 이는 이씨가 어떤 이유에서건 마약을 투약했다는 방증이 됐다. 물론 그는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

김씨와 함께 공갈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26일 오후 2시 30분 인천지법에서 예정돼 있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불출석하자 검찰에 오는 29일까지 구인해 법원에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앞서 구속된 김씨는 경찰에서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지목하면서 “이선균이 마약을 투약하는 것을 봤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의 진술과 이씨가 마약을 빌미로 돈을 뜯겼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투약 증거는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에 대한 모발, 체모 등에 대한 마약 반응 조사도 모두 음성이 나왔다.


◇유흥주점 실장 진술 말고 李 혐의 증거있나

이선균씨 등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이번 마약 사건 수사는 지난 9월 중순 시작됐다. “서울 강남의 회원제 유흥업소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가 있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던 경찰은 3개월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도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첩보 단계에서는 수사 대상만 10명이었는데, 경찰은 7명만 입건하고 나머지 3명은 내사 중이다. 유흥업소 실장 김씨와 작곡가 정다은씨, 업소 종업원 등 3명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이씨와 마약 공급 혐의로 구속된 의사 B씨 등 3명을 수사 중이다. K팝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은 1차례 소환 조사했으나 결국 무혐의로 결론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선균씨의 기소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김씨의 진술 외에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건넨 것이 마약인 줄 몰랐다”는 이씨의 주장도 실제 마약을 투약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마약인 줄 몰랐다는 주장은 당시 김씨가 건넨 것이 마약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씨가 협박에 돈을 뜯겼다고 해서, 마약을 했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지난 11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최근 지드래곤의 마약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뉴스1
◇무혐의 결정, 지드래곤 “마약 퇴치 나서겠다”

경찰은 지난 10월 이선균씨와 지드래곤 등을 마약 투약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권씨는 지난 11월 6일 경찰에 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마약 간이 시약검사, 체모와 손‧발톱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도 경찰은 권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 유흥업소 관계자 등 주변 인물 6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권씨는 지난 21일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을 통해 “마약 퇴치 및 중독 청소년 치료를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3억원을 단독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를 보며 한 해 평균 마약 사범이 2만명에 달한다는 사실과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무섭게 증가한 사실, 그리고 이들 중 치료 기관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는 사람이 500명도 되지 않는다는 가슴 아픈 사실을 알게 됐다”며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과 무섭고 잘못된 길인지 모르고 가는 이들을 위해 마약을 퇴치하고 근절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26일 부실 수사 논란에 대해 “불송치 종결됐다고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제보를 바탕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자 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 필요한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