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작가로 등단했다.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저서를 출간하면서다. 이 여성은 ‘김진주’라는 필명으로 저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써냈다. 책에는 김씨가 겪은 범죄 피해와 그 이후 2년여간의 회복 과정이 담겼다.
김씨는 필명을 김진주로 정한 이유에 대해 “(가해자 폭행으로)마비됐던 다리의 감각이 다시 돌아온게 6월 4일”이라며 “6월의 탄생석인 진주를 필명으로 삼아 이날을 기억하려한다”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 22일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해자 A씨가 김씨를 돌려차기 등으로 마구 때린 뒤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다. 이 사고로 김씨는 전치 8주 부상과 정신적 후유증을 입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A씨에게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20년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A씨는 재판 중 구치소에서도 다른 수감자에게 “(김씨에게)보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달 28일 출간된 김씨의 책에는 범죄 피해 사실과 수사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제도의 한계 등이 담겼다. 책의 결말부엔 김씨가 가해자 A씨에게 보낸 편지도 담겼다. 책에서 김씨는 “난 보복 편지 말고 회복 편지를 보낼래”라며 “네가 나올 20년 뒤에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책을 출간한 배경에 대해 “범죄 피해 경험자로 ‘말할 수 없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며 “(가해자에게도)나는 더 이상 당신이 무섭지 않고, 당신과 달리 비겁하지 않고 당당히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책이 출간되는 과정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추천사를 남겼다. 한 위원장은 추천사에서 “(김씨는)우리 시스템이 얼마나 피해자 보호에 부족한 점이 많은지 구체적인 개선 의견을 내주셨다”며 “범죄와 싸워야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 사회여야하며 국가는 피해자의 편이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