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대구 동성로에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막은 대구시의 대응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퀴어문화축제 갈등과 관련한 첫 선고다. 당시 대구시는 “무대 등을 설치해 도로를 불법 점거한 집회”라며 철거에 나섰고, 경찰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라며 맞서는 과정에서 시·구 공무원과 경찰 등 2000여명이 몸싸움을 벌인 바 있다.
24일 대구지법 민사 21단독 안민영 판사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구시에 위자료 700만원을 선고하는 등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6월 17일 대구 중구의 대중교통전용지구인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퀴어 축제는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축제”라며 대구시와 중구 공무원 500여 명에게 무대 설비 등 축제 장비 반입을 막았다. 반면 경찰 측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는 최대한 보장해야한다”며 대구경찰 1500여 명이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대구시가 물러나면서 축제는 정상 진행됐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은 지난해 7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권력을 동원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축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에 대해 4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퀴어 축제가)동성로 상권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줄 수 있으며,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반대한다”며 “도로 점거 불법 집회는 공공성이 없으니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재판 쟁점은 대구시가 퀴어 축제를 막기 위해 공무원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이 적법했는지, 홍준표 시장이 원고인 퀴어 축제 조직위 측을 모욕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2가지였다.
법원은 대구시가 퀴어 축제를 부당하게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 측은 “집회(퀴어축제)에 설치된 부스 및 무대는 집회 규모 및 내용에 비춰 설치 필요성이 인정되는 물건이며, 타인의 안녕이나 공공 질서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구시 주장대로)도로 점용 허가 대상이라거나, 도로 교통에 지장을 준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대집행 사유가 없음에도 집회를 저지한만큼 대구시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집회 저지를 지시한 홍 시장도 중과실이 인정되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며 위자료 700만원을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에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구시 주장과 달리,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별도로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할 집회가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다만 홍 시장이 축제의 명예를 훼손·모욕했다는 부분은 기각됐다. 법원 측은 “홍 시장의 게시글은 퀴어축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지, 원고인 퀴어 축제 조직위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 보긴 어렵다”며 “집회에서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언급한만큼, 의견 표현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는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자유를 대구시가 침해했다는 점, 성소수자도 헌법에서 보호하는 시민임을 드러낸 의미있는 판결로, 배상금액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헀다.
이날 판결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결과를 전달받은 상태이며, 항소 여부 등을 논의하는데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