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가 낳은 아기를 불법 입양한 뒤 아기가 숨지자 암매장한 연인이 검찰에 송치됐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아동학대치사·사체유기 등 혐의로 20대 남성 A씨와 30대 여성 B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 7일쯤 경기도 포천시 친척집 인근에 생후 1년도 지나지 않은 여아를 암매장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2월 24일 “미혼모분들 도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오픈채팅방을 열었다. 이후 미혼모인 30대 C씨가 채팅방에 들어와 “아기를 낳았는데 가정 형편상 키울 수가 없다”고 했고, A씨 등은 C씨로부터 아기를 불법 입양했다. C씨는 아기에 대한 출생신고만 한 뒤 잠적했다. A씨 커플과 C씨 간에 금전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경찰에 “아이를 좋아해서 입양했다, 잘 키워보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A씨 커플의 경기도 동두천 거주지엔 고양이 14마리와 강아지 2마리가 함께 뒤엉켜 사는 등, 아기를 양육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입양 후 아기를 돌봤지만, 신생아 예방접종을 하거나 아기가 아플 때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불법 입양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아기는 결국 예방 접종 한번 못 받고 입양 약 2주만인 지난해 3월 7일 숨졌고, A씨 등은 아기를 포천의 친척집 인근에 암매장했다.
이 사건은 대구 동구가 출생 신고된 아기의 정기예방접종 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먼저 아기의 친모인 C씨를 아동복지법상 방임·유기 등 혐의로 입건했고, 이후 수사를 통해 A씨 등을 검거했다. 현재까지 A씨 등이 과거에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사례는 없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정식 대구 동부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책임감 없이 아기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귀중한 생명을 입양했다가 벌어진 범죄”라며 “불법 입양 사례 등 아동 관련 범죄에 대해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