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치매 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꽃을 꺾었다가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수사한 경찰은 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은 이 노인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절도 혐의로 경찰이 송치한 80대 할머니 A씨 등 3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있지만 반성과 피해 정도를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
앞서 지난 3~4월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화단에 꽃이 없어진 걸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방범카메라 분석을 통해 입주민 A씨, 입주민이 아닌 80대 1명과 70대 1명 등 3명이 꽃을 꺾은 것을 확인했다. 모두 11송이였다.
A씨는 평소 당뇨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단에 피어 있는 꽃이 예뻐 보여서 꺾었다”며 “이전에는 꽃을 꺾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관리사무소 측은 A씨 가족에게 KTX 무임승차 시 30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 등을 언급하며 합의금 명목으로 35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A씨 가족은 사과와 함께 관리사무소에 돈을 전달해 합의했고, B씨 등 2명은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절도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A씨 등은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로 넘겨졌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이날 A씨 등 3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고령인 점, 사안이 경미한 점, 반성하고 있는 점, 사건의 경위나 성격이 처벌 가치가 없는 경미한 사안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