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전주 모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교실을 빠져나와 운동장에 모여 있다. /전북교육청

“땅속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당게.”

12일 오전 8시 26분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한 전북 부안. 규모 4.8은 올해 들어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다. 서해안 지역인 부안에서 4.0 이상 강진(强震)이 발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난생처음 강한 지진을 경험한 부안 주민들은 “너무 놀라 아직도 마음이 진정이 안 된다”고 했다. 이날 부안에서는 오후까지 크고 작은 여진(餘震)이 17차례 이어졌다.

이날 아침 옥수수밭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정천생(73)씨는 “30초 정도 땅이 위아래로 흔들려서 제대로 서 있기 힘들었다”며 “밭에 주저앉았는데 사방에서 ‘우르릉’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이번 지진은 진앙지가 부안군 주민들이 몰려사는 부안읍 내 근처였다. 진앙지 바로 위에 있는 행산문화마을에서는 주택의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 마을 주민 A씨는 “다른 담장들도 기울어진 상태라 언제든 무너질 것 같다”며 “집들도 곳곳에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부안읍 편의점에서는 진열대에 놓인 과자와 라면 등이 바닥에 떨어졌다. 편의점 주인 B씨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펑펑’ 소리가 울리더니 물건이 우르르 쏟아졌다”고 했다.

부안군 내 학교에서는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김미경 계화중 교장은 “나무가 흔들려서 갑자기 소나기가 오려나 했는데 교실 안 화분과 에어컨이 막 흔들렸다”며 “아이들과 황급히 운동장 가운데로 몸을 피했다”고 했다. 지진으로 경찰서도 흔들렸다. 부안경찰서 관계자는 “건물이 크게 흔들려 주차장으로 대피했다”고 했다.

이날 지진으로 전북 지역에는 오후 9시 기준 158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지진으로 화장실 타일이나 유리창이 깨지고, 창고 벽에 금이 갔다는 내용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지하주차장 바닥이 파손됐다는 신고도 있었다. 부안과 가까운 익산시에서는 담이 기울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문화재 피해도 있었다. 보물인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의 돌담에서 돌이 빠져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개암사 대웅전의 불상 장식이 떨어졌다.

소방청은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315건의 지진 유감 신고가 접수됐다. 전북이 7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47건), 충남(43건), 충북(42건) 등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부안과 200㎞ 넘게 떨어진 부산, 강원 원주에서도 신고가 접수됐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아침 지진이 발생하자 비상 대응 1단계를 가동했다.

그래픽=김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