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전직 대학 교수가 조직폭력배까지 끌어들여 장애인 관련 사업을 미끼로 국고보조금과 민간 투자금 수십억 원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 배임수증죄 등의 혐의로 전직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A씨와 ‘MZ 조폭(20~30대 또래 조폭)’ B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노인복지단체 대표,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 지도사 등 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8년 6월부터 작년 말까지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한 뒤 국고보조금 5억8000만원을 빼돌리고, 장애인 수익 사업을 빙자해 투자자 10여 명으로부터 2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라는 신분을 이용해 장애인단체로부터 사업권을 사들인 뒤, MZ 조폭 B씨와 노인복지단체 대표,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 지도사 등을 끌어들여 이 단체를 장악했다. 2020년부터는 자신을 이 단체의 관리 책임자로 등록하고, 실질적인 대표로 행세하며 국고보조금 5억74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또 이 단체에 배당되는 공영주차장과 자판기 운영권, 장애인 세탁사업권 등을 사적으로 운영해 6000만원 상당의 부당 수입을 올렸다.

특히 A씨는 또 장애인단체의 공익성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아 “입지가 좋은 공영주차장 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3억4000만원가량을 가로챘고, B씨는 한술 더 떠 “각종 장애인 이권 사업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19억6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장애인단체 사무총장, 행정부회장 등의 명함을 들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을 속였다”며 “B씨는 자신의 개인 계좌를 개설하면서 이름을 장애인단체 이름으로 해, 피해자들이 장애인단체 법인 계좌로 믿고 현금을 송금하게 만드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부산지역 장애인단체들 사이에서 악성 사기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수사에 착수해 6개월 만에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