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봉화군에서 발생한 ‘복날 농약 커피 사건’ 수사가 답보 중인 가운데, 사건 발생 16일째인 30일 농약 음독(飮毒) 증상을 보이며 쓰러진 할머니 5명 중 1명이 숨졌다. 이번 사건 관련 첫 사망자다.
이 할머니 A(85)씨는 지난 18일 경북 안동병원에 이송됐다. 사건 직후인 지난 15~16일 잇따라 입원한 다른 할머니들과 달리 뒤늦게 증상을 보여 경찰은 A씨를 용의 선상에 놓고 수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가 사망함으로써 자칫 사건이 ‘장기 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초복인 지난 15일 A씨 등 경로당 회원 41명은 마을 식당에서 오리 고기를 먹었다. 이 중 할머니 4명은 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겨 주방 냉장고에 있던 냉커피를 마신 뒤 차례로 호흡 곤란 등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컵에서 농약 성분이 나왔다.
당시 A씨는 이 4명과 다른 식탁에서 오리 고기를 먹었고, 경로당에서 커피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난 18일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가 12일 만에 숨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독극물을 먹으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5명 중 최고령인 A씨만 뒤늦게 증상이 발현된 게 이상하다”는 말이 나왔다. 경찰도 5명 중 A씨 집만 지난 18일 수색했다.
조사 결과 A씨에게서는 다른 할머니 4명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외에 다른 농약 성분 2종과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뒤늦게 여러 가지 농약을 마셨거나 또 다른 경로로 음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통장에서 돈을 전부 찾아 가족에게 전달한 사실도 알려졌다. A씨의 아들 B씨는 “어머니가 사건 당일에는 (상태가) 괜찮다더니 18일 갑자기 오리 고기를 탓하며 병원에 실려갔다”고 했다. 그는 “2평 정도 되는 텃밭 말고는 농사도 안 짓는데 농약 성분이 나왔다 하니 기막히다”고 했다.
경로당 회원 사이에서는 경로당 간부들이 일반 회원들의 주방(탕비실) 출입을 제한하면서 갈등이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회원 C씨는 “몇 달 전 간부들이 ‘일부 회원이 공용 음식을 멋대로 먹는다’면서 탕비실 출입을 통제했다”고 했다. 그는 “간부들만 마음대로 드나들며 음식을 먹는다는 말이 돌아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쓰러진 할머니 5명 중 A씨를 제외한 4명은 경로당 회장 등 간부들이다.
한편 A씨를 제외한 4명 중 3명은 지난 25일 이후 차례로 퇴원했다. 경로당 회원인 D(69)씨만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