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사찰 앞에서 차량이 부부 등을 덮쳐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사고 당시 차량에 시동이 걸려 있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차량 전원만 들어온 상황에서 운전자가 기어를 변경하자 내리막에 서있던 차량이 움직였고,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참극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차량 운전자인 60대 여성 A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5일 구미시 문수사 인근 내리막길에서 행인들을 차량으로 덮쳐 60대 남성 2명과 50대 여성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다른 50대 여성 1명은 병원 치료 후 퇴원했다. 이들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공을 드리러 온 부부들로 파악됐다. A씨는 “(운행 중)브레이크 파열로 급경사에서 제동 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A씨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에는 시동이 걸린 흔적이 없었다. A씨 차량은 자동차 키(key)로 시동을 거는 방식이었다. 다른 차량 블랙박스에도 사고 당시 A씨 차량의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A씨가 키를 반쯤 돌려 자동차 전원만 들어온 상태를 시동이 걸린 상태로 착각한 것으로 봤다. 이후 A씨가 ‘주행’으로 기어를 바꾸자 급경사로에 위치했던 차가 내리막길을 따라 움직였으나,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으면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행인들을 덮친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시동이 안 걸린 상태에서 차량이 움직일 경우,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거나 전자식 사이드브레이크 버튼을 눌러 차량을 제동하거나, 신호등이나 다른 차량 같은 구조물 또는 가드레일, 벽을 들이받아서라도 차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지난 16일 A씨를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