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2일 오후 경기 부천 도심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약 3시간 만인 밤 10시 26분 화재는 진압했으나, 객실 수색이 끝나지 않아 인명 피해는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의 8층 객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호텔 8층 객실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됐고 이후 화재 신고 22건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이날 화재로 숨진 투숙객 7명은 대부분 호텔 8~9층 사이 계단과 복도 등에서 발견됐다. 사망자는 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확인됐다. 연령대는 20대~50대로 모두 내국인이었다.

사망자 중 2명은 소방대원들이 호텔 외부에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다 변을 당했다. 에어매트는 초기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이들이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뒤집힌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투숙객 3명은 중상, 9명은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 6곳으로 이송됐다.

투숙객 서모(40)씨는 “당시 경보음이 울리고 비명 소리가 들려 짐도 못 챙기고 나왔다”며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 됐으나 이 호텔은 2003년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연기가 꽉 차 있어서 진화 작업에 시간이 걸렸고, 객실 문이 잠긴 경우가 많아 투숙객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자정 현재 추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날 불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거나 인근 건물로 옮겨 붙지는 않았으나 삽시간에 매캐한 연기가 퍼져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호텔은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4225㎡ 규모다. 객실은 64개다. 화재 당시 투숙객 27명이 있었는데, 대부분 7~9층 객실에 몰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등 70여 대와 소방대원 등 320여 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방 관계자는 “발화 지점인 8층 810호 객실에 도착했을 때 내부에 투숙객은 없었다”며 “호텔 측은 투숙객이 27명이라고 했는데, 방범카메라를 통해 정확한 숫자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한밤중 도심 호텔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0시 10분쯤 서울 송파구 석촌동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다쳤다. 당시 불로 투숙객 등 31명이 긴급 대피했고 7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은 1시간쯤 뒤 진화됐다.

작년 12월에도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호텔에서 큰불이 나 투숙객 등 42명이 다쳤다. 30대 외국인 남성이 전신 2도 화상을 입었고 20대 남성은 대피 중 골절상을 입었다. 당시 소방 당국은 “호텔 1층과 주차 타워 사이 천장에서 불꽃이 튀었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했다. 불은 호텔 외부로 번져 주차 타워를 전부 태웠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숙박 업소는 보통 흡연자가 많아 화재 감지 시스템이나 스프링클러를 꺼놓는 경우가 많다”며 “실내 계단을 통해 대피할 수밖에 없는데 한밤중에 연기가 자욱하면 사상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