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 부천 호텔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사망자 7명 중 2명은 건물 밖에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는데 2명 모두 숨졌다. 에어매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10분 만인 오후 7시 48분쯤 호텔 건물 밖 주차장에 가로 7.5m, 세로 4.5m, 높이 3m 크기의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에어매트를 설치한 지 5분쯤 뒤인 7시 55분 7층에서 여성 1명이 뛰어내렸는데 매트의 한쪽 모서리 부근으로 떨어지면서 숨졌다. 한가운데가 아니라서 매트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여성이 모서리 쪽으로 떨어지자 매트는 딱지가 뒤집어지듯 바닥을 보이며 세로로 세워졌고 그 순간 남성 투숙객 1명이 뛰어내려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이들은 807호 투숙객으로 파악됐다. 807호는 호텔 건물의 맨 가장자리에 있다. 그래서 에어매트 모서리 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들이 뛰어내릴 당시 소방 대원의 통제는 없었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화재 진압과 구조를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한 상황이었고 인력이 부족해 일부 대원과 경찰이 함께 에어매트를 설치했다”며 “매트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시간차를 둘 필요가 있는데 호텔 내부 상황이 긴박해 사망자들이 자의적으로 급하게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당시 설치 장소가 평평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당시 주차장 입구 쪽에 매트를 설치해 경사가 있었다”고 했다. 매트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고정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트를 고정하면 더 위험할 수 있고 규정도 없다”고 했다.
이 에어매트는 도입한 지 18년 된 제품으로 사용 기한(7년)을 훨씬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사용 기한이 지나더라도 매년 심의회를 거쳐 문제가 없으면 계속 쓸 수 있다”고 했다.
에어매트는 공기를 넣어 쓰는 구조 장비다. 5층용, 10층용, 15층용, 20층용 등이 있는데 이번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은 10층용 에어매트를 썼다고 한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은 5층형까지만 인증을 주고 있다”며 “10층 이상은 사다리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에어매트는 위험하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화재 현장에는 인명구조용 사다리차도 있었지만 소방은 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호텔 주변 도로에 주차한 차량이 많아 사다리를 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부족했다”며 “당시에는 에어매트가 최선의 대안이었다”고 했다. 소방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에어매트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훈련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