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고등법원 전경. /조선일보DB

세무 비리 혐의로 기소된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이종길)는 20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세무사 B씨에겐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 4800만원을, 부정처사후 수뢰 및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된 세무공무원 5명에겐 징역 8개월~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현직이던 지난 2022년 8~9월 세무사 B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B씨가 “(내가) 의뢰를 맡은 업체가 세무 조사 대상이 됐으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하며 A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뇌물 수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B씨의 진술 뿐인데, 정작 B씨는 뇌물을 준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같은 부서에서 일했지만 사적 친분이 없었고, B씨가 뇌물을 줬다고 주장한 시기는 A씨가 국세청장으로 갓 부임한 때로, 뇌물을 받으면 쉽게 그 사실이 노출되는 상황이었다”며 “B씨가 다른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것은 명확히 기억하는 반면, A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은 일자나 내용 등이 구체적이지 못하며 추측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B씨가 두 차례에 걸쳐 13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두번째 만남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관공서 집중 감찰 기간과 겹쳐 실제 만남이 있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재판부는 세무사 B씨와 세무공무원 5명 등 6명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B씨는 당시 세무공무원들에게 1000만~2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네며 세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등의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약 23년간 세무공무원으로 일했던 전관(前官) 세무사였다. B씨는 로비 대가로 세무조사 대상 업체들에게 2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무공무원 4명은 B씨를 통해 뇌물을 받은 뒤 업체 과세 서류를 삭제·조작했고, 또 다른 세무공무원 1명은 세무 조사 정보를 사전에 B씨에게 알려주거나 세무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전관 세무사와 국세청 현직 공무원이 결탁해 조세 행정의 신뢰성을 훼손한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