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남녀가 탑승한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던 마세라티 승용차가 사고 충격으로 파손돼 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여성이 숨졌고, 남성은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

광주 마세라티 뺑소니 사망사고 피의자들이 검거됐지만, 이들의 수상한 행적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광주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마세라티 운전자 A(33)씨가 태국에 주로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씨가 광주에 온 경위나 직업, 국내 주소 등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무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국내 주소지는 주민등록등본상 광주 북구 한 행정복지센터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공공기관 주소지가 개인의 주민등록 주소지로 돼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A씨가 사고를 낸 경위, 도주 과정 등에도 의문점이 많다. 이달 중순 한국으로 입국한 A씨는 수도권 등에서 20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또래와 만나다가 사고 전날인 23일 고향인 광주에 와서 사고를 냈다.

그는 광주에 오자마자 친구로부터 마세라티를 빌려 탔고, 이 차량으로 음주운전을 해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운전한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의 한 법인 소유 차량인데, 해당 법인은 “되돌려받지 못한 차량”이라고만 경찰에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도주 과정에서 주도면밀하게 행동했다. 사고 후 마세라티를 버리고 현장을 벗어난 A씨는 또래의 도움으로 벤츠 차량으로 갈아타고 곧장 대전까지 도주했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껐고, 조력자 휴대전화로 해외 출국을 위한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러나 뺑소니 사고 용의자를 추적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출국금지가 내려지면서 A씨는 해외 도피를 포기하고, 다른 조력자로부터 건네받은 대포폰을 이용해 서울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추적에 나선 경찰이 도주 67시간 만에 서울 강남구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A씨를 체포했다. 대포폰 사용 등 도주 과정에서 보여준 행적 때문에 A씨가 조직폭력배라는 소문도 돌았으나 경찰은 이를 부인했다.

'광주 뺑소니 사망사고' 운전자의 도주 과정을 도운 혐의(범인 도피)를 받는 30대 조력자 B씨가 28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A씨는 28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A씨는 변호인을 통해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서면으로 실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의 도주를 도운 고교 동창 B(33)씨만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A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20대 연인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뒤 구호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로 오토바이 뒷좌석에 탄 여성 C(28)씨가 숨지고 오토바이 운전자 D(23)씨가 크게 다쳤다. D씨는 골반뼈와 턱뼈가 으스러지는 부상을 당해 대학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들은 D씨가 음식 배달 일을 마친 뒤 함께 귀가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방범 카메라 영상에는 A씨가 모는 흰색 마세라티 차량이 빠른 속도로 C씨 등이 탄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장면이 담겼다. 이 충격으로 오토바이는 150m가량 튕겨 나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졌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A씨를 포함한 남성 2명이 급하게 도주하는 모습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