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군사 비밀인 암구호를 담보로 군 장교 등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들이 구속기소됐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전북경찰청 안보수사1대, 국군방첩사령부와 공조수사를 통해 금전 대출에 대한 담보로 암구호를 수집한 사채업자 A(37)씨 등 3명을 군사기밀비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군 간부 10명에게 암구호를 알려주면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해 모두 7개의 암구호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안을 받은 군 간부 10명 중 B대위, 부사관 2명 등 3명이 A씨에게 암구호를 넘겼다.
이들은 인터넷 도박, 코인 투자 실패 등으로 빚을 지자 사채업자에게 수십만∼수백만원씩 돈을 빌렸다고 한다. A씨 등은 암구호 이외에도 피아 식별 띠(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위해 군모나 군복에 두르는 띠)나 부대 조직 배치표, 산악 기동훈련 계획서 등을 담보로도 돈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돈을 빌린 군 간부가 이자를 내지 않자 “암구호 유출 사실을 군부대에 알리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수집한 암구호 등을 채권추심 협박용으로 사용하였으나, 현재까지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반국가단체 등에 제공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들은 군인 외에도 채무자 41명에게 합계 1억 8560만원을 대출해주며 연 3만416% 이자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은 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 5월 B대위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알려준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B대위는 지난 1월 상황실의 암구호 판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사진 파일을 사채업자에게 보내주고 2회에 걸쳐 모두 1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월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국군방첩사령부는 A씨에 대해선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고, 검찰과 경찰은 A씨 등으로부터 대포폰 33대, 컴퓨터와 노트북 4대 등을 압수해 증거를 확보했다. 이어 대포통장, 가명 등을 사용한 이들을 4개월여에 걸친 추적 끝에 모두 붙잡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불법 대부를 위해 군사기밀자료를 불법 거래한 신종 유형의 범죄로, 관련자들이 유출·수집한 암구호 등 민감한 군사정보가 반국가단체 또는 외국에 전파될 경우 국가안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며 “현직 군 간부들과 사병으로 만기 전역하여 군 경험이 있는 대부업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범행을 했고, 군 기강 확립 및 국가안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제도 정립과 교육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