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지검은 지난 9월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의 한 무인 창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 수십억 원을 훔친 혐의(야간방실침입절도)를 받는 40대 남성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9월 12일 오후 7시 4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21분까지 창고에 있던 5만원권 현금을 여행 가방 6개에 담아 경기 부천의 한 건물에 은닉했다. 그는 범행을 완료하고 현금 보관 창고에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10경찰 조사와 검찰 기소까지 일단락된 시점이지만 A씨가 훔친 현금 액수, 현금 출처, 은행이나 금고가 아닌 창고에 현금을 보관한 경위 등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상황을 두고 검·경 주변에선 “참으로 희한한 사건”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는 68억원을 도난당했다고 신고했지만 A씨는 40억원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압수한 금액은 39억원이다. A씨는 채무 변제에 9200만원을 쓰고 생활비 등으로도 상당한 현금을 썼다고 진술하고 있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피해자·피의자 진술과 경찰 압수 금액이 모두 다른 상황”이라며 “최근 경찰서에 보관된 압수 현금이 사라지는 사태가 빈발했는데, 이번 사건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피해 자금 출처 조사도 계속하고 있다. 외국에 거주 중인 피해자는 본인을 자영업자라고만 소개했을 뿐, 현금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 재산인지 사업 자금인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도박·마약 등 범죄와 연관된 현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범죄 수익금의 일부일 가능성도 있어 절도 관련 수사가 끝나면 피해자 신원과 피해금 출처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