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불법 온도기록계. /경기성남수정경찰서

냉장·냉동 식재료의 정상 보관을 확인하기 위해 설치하는 온도기록계에 조작 기능을 넣어 판매한 업자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법 온도기록계 제조업체 대표 및 설치업자, 프로그래머 등 56명과 이를 사용한 운송기사 3명 등 모두 59명을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온도기록계 제작업체 대표 A씨 등은 등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식자재 운송차량용 온도기록계의 온도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은 불법 온도기록계 4900여대를 시중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총 9억원 규모다.

식품위생법상 냉장제품은 0~10℃, 냉동제품은 영하 18℃ 이하를 유지한 상태에서 보존·유통해야 하고, 식자재 수급처는 운송 기사로부터 운송 중 온도를 수시로 기록하는 온도기록계를 통해 나온 온도기록지를 제출받아 식자재가 안전하게 운송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기록지는 식중독이 발생할 경우 역학조사 자료로도 쓰인다. 이 때문에 온도기록계의 온도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차량에 설치된 불법 온도기록계.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경찰은 ‘시중에 불법 온도기록계가 판매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온도기록계 제조업체 2곳을 압수수색해 조작이 가능한 제품 등 700여 점을 압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법 온도기록계를 사용한 운전 기사 3명 등을 적발했다.

운송기사들은 온도 유지에 드는 유류비를 절약하고 공회전으로 인한 차량 고장이나 냉동기 유지·보수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 온도기록계를 설치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납품처에 정상온도를 유지한 것처럼 온도기록지를 출력해 확인시켜 주면서 납품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영하 4℃로 유지된 냉동고에서 영하 20℃로 유지됐다는 온도기록지를 제출하는 식으로 납품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출 상승을 위해 범행했다”며 “이들의 범죄수익금은 기소 전 몰수·보전을 통해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조작 온도기록계 설치 및 사용 여부에 대해 전국적으로 일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