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글이 올라 오면서 관계당국이 비상 대응 태세에 나선 지난 9월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일대에서 경찰이 경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에서 흉기난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살인예고 협박글을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9월 18일 글을 올린지 약 두달 만이다. 이 남성은 해당 익명 사이트의 홍보를 위해 이 같은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협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해당 사이트 운영자 B씨, 다른 관리자 2명 등 20대 남성 3명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9월 18일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한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야탑역 월요일 날 30명은 찌르고 죽는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 글에서 “오는 23일 오후 6시 야탑역 인근에 사는 (자신의) 친구들과 친구들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두르겠다. 불도 지르겠다”고 했다.

이 글은 SNS 등에 유포됐고, 경찰은 야탑역 주변에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순찰을 강화했다. 범행 예고 당일에는 경찰과 성남시 등에서 180여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순찰이 지속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8월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성남에서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글이 올라 오면서 관계당국이 비상 대응 태세에 나선 지난 9월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일대에서 경찰특공대 장갑차가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게시자를 특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는 익명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해외 사이트로, 글을 쓰는 과정에 아이디를 쓰거나 개인 인증을 하는 절차가 없다. 이 사이트는 ‘IP 신상 걱정 없는 어둠의 커뮤니티’라는 소개글이 걸려있는 등 익명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 사이트는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었고, 사이트 측에 게시자 신원 특정을 위한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제공조 수사와 해당 사이트 국내 사무실에 대한 압수영장 집행, IP추적 등으로 실마리를 잡았다. 당초 참고인 신분으로 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오던 경찰은 결국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검거에 성공했다.

A씨는 “사이트 홍보를 위해 작성한 자작글”이라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이트는 익명성을 표방하며 사이트 내 불법 정보를 공유하거나, 음란 사이트의 링크를 게시하는 등 불법행위를 벌이며 사이트 홍보를 통한 방문자 증가를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이외에도 운영자 B씨 등이 음란 사이트 링크 등을 방치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다만 이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올린 게시글로 해당 지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공권력낭비가 심하게 일어났다”며 “협박죄는 실제 위해를 고지하기만 해도 죄가 성립하는 만큼 함부로 흉기난 동 예고글을 작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