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전경./조선일보DB

유해물질인 중금속을 낙동강에 고의로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던 영풍 그룹과 석포제련소 측에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이종길)는 20일 환경 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강인(73) 영풍 전 대표와 박영민(63) 영풍 대표, 배상윤(57) 석포제련소장 등 전·현직 임직원 7명과 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2월 검찰이 이들을 불구속 기소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이 전 대표 등은 2015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총 1064차례에 걸쳐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중금속인 카드뮴을 낙동강에 고의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카드뮴은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1급 발암물질로 심혈관 및 신경계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검찰 조사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인근에서 카드뮴에 오염된 지하수 양이 2770만 3300ℓ에 이르고 오염도가 기준치(0.02㎎/ℓ)의 16만 5000배가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갈라진 공장 내부 바닥과 옹벽 등을 통해 카드뮴이 지하수나 근처 하천으로 유출된 것으로 봤다. 또 비가 올 때는 영풍 측이 낙동강으로 향하는 배수로의 조절 장치와 저류지 수문을 직접 개방해 카드뮴 섞인 오염수를 무단 방류했다고 보고 이 전 대표 등을 기소했다.

반면 재판부는 이 전 대표 등이 고의로 카드뮴 유출을 방지했다고 볼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공장 내부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해서 이 전 대표 등이 고의로 유출을 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수질 오염 측정시 시료 채취가 동일한 전문가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절차적 하자로 지목됐다.

재판부는 “제련소 주변의 카드뮴 오염이 공장 가동과 관계있다는 점은 인정되며, 제련소에서 카드뮴을 낙동강으로 유출한 것이라는 의심은 든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이 전 대표 등이 카드뮴을 낙동강에 유출했다는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포제련소 주변에선 카드뮴을 비롯한 위험물질이 방출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인만큼, 수사당국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카드뮴 관련 조사와 수사가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사후 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환경단체, 경찰, 검찰, 피고인들 모두 이 문제를 줄이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9월 각각 구속 기소된 상태다. 박 대표는 근로자가 비소에 급성 중독된 사례를 보고 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배 소장은 비소 누출 당시 통제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