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문명고가 오는 2025학년도부터 한국학력평가원이 펴낸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문명고가 친일·독재 미화가 담긴 불량 한국사 교육을 시도한다”고 비난하자 문명고 측이 “교과서 채택은 학교와 교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임준희 문명고 교장을 비롯한 문명고 교사 20여명은 21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옆 대신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서 선정 관련해 부당한 간섭과 편파 보도 등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임 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과서 선정 관련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정치인이 법적 근거 없이 교과서 선정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하며 압박했고, 교육청 역시 부당한 개입을 시도했다”며 “교권 보호를 위해 관련단체 등을 부조리신고센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명고 측은 이날 한국사 교과서 선정을 앞두고 작성된 교과협의회 협의록 및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 등을 공개했다. 이 회의록 등에 따르면 교과협의회에선 한국사 교재로 한국학력평가원에서 출판한 교과서가 1순위로 뽑혔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이를 원안대로 가결해 교과서를 선정했다.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이승만 정권 정부에 대해 ‘독재’ 표현 대신 ‘장기 집권’, 제주 4·3 사건 희생자에 대해 ‘반란군’으로 서술하고 있다. 문명고는 전국 고교 중 유일하게 이 교과서를 한국사 교재로 채택했다.
문명고가 이 교과서를 채택하자 전교조 경북지부와 시민 단체 등이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대응대책위원회(대책위)’를 결성해 지난 19일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 측은 이 회견에서 “문명고가 채택한 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 오타 등도 수백 건”이라며 “잘못된 역사 교육에 학생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명고 측은 이에 대해 “(한국학력평가원)교과서에 문제가 있었다면 검정 자체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며,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한 선택권은 헌법이 보장한 학교의 고유 권한”이라며 “특정 교과서에 점수를 주지 않고 골고루 평가해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반박했다.
문명고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으나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전교조 등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작업을 폐기하면서 연구학교 지정은 자동 철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