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으로 근무하면서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는 김세환 전 사무총장(장관급)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22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김 전 사무총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사안이 중하기는 하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나 도망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총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빠져나오면서 “아들이 ‘세자’로 불렸다는데 모든 특혜 지원을 직접 지시한 것이냐” “휴대전화와 컴퓨터 기록 삭제는 왜 한 것이냐” “(채용) 심사위원들과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모두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했다.
검찰은 김 전 총장이 자신이 근무하는 선관위에 아들을 채용하기 위해 없는 자리를 만들고, 동료 면접관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게 하는 등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 내에서는 김 전 총장 존재감을 감안해 그의 아들이 ‘세자(世子)’로 불렸다는 말도 돌았다고 한다.
검찰 조사 등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의 아들은 인천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2020년 1월 인천선관위 8급 경력직으로 들어가 반년 만에 7급으로 승진했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이었다.
애초 선관위는 2019년 9월 채용 수요를 조사하면서 인천선관위가 6급 이하 인원이 정원을 초과했다고 보고했는데도 1명을 채용하도록 하고, 김 전 총장 아들이 원서를 내자 선발 인원을 2명으로 늘리는 등 김 전 총장의 아들은 ‘만들어진 자리’에 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면접관 3명은 모두 김 전 총장과 인천선관위에서 함께 일한 동료로, 5개의 평가 항목 대부분에서 최고점인 ‘상’을 아들에게 몰아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총장의 아들은 현재 인천의 한 구(區) 단위 선관위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총장이 재직 중 사용한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포착했다.
앞서 감사원은 선관위 감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내부 채용 비리를 확인하고, 지난 5월 김 전 총장을 포함한 전·현직 직원 27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찬규)는 지난 20일 김 전 총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