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아들을 39년간 돌보다 살해한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3)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남구의 주거지에서 아들인 B(39)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태어날 때부터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2014년에는 뇌출혈로 인해 1급 뇌병변 장애를 가지게 됐다. A씨는 이 해부터 일을 그만두고 B씨를 집에서 간호해왔다.
그러던 중 2021년 3월 교통사고로 인해 A씨가 발가락을 절단하면서 후유증이 생겼다. 또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A씨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치며 우울증을 앓았고, B씨를 돌보기도 어려워했다고 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친의 이 같은 어려움을 알게된 아들 B씨는 지난해 8월부터 A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같이 죽자’는 취지로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술을 마신 뒤 집에서 목욕 중이던 아들 B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A씨도 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A씨의 아내와 둘째 아들은 법정에서 A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안을 접한 장애인 가정 지원 단체와 장애인 자녀를 둔 몇몇 부모들도 A씨에 대해 선처를 탄원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39년간 아들을 보살펴왔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도 있다”면서도 “B씨가 설령 중증 장애를 갖고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더라도 부모로서 자녀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또 “A씨의 아픈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B씨가 겪었을 고통 역시 참작해야하며, 이번과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중증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가정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