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암경찰서는 홀로 유치원생 딸을 키우던 30대 여성에게 연이율 수천％에 이르는 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지속적으로 협박해 죽음으로 내몬 사채업자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30대 초반 남성 A씨를 지난 12일 주거지인 대구에서 검거, 대부업법과 채권추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홀로 6세 딸을 키우던 30대 여성은 지난 8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사채업자들에게 90만원을 빌렸다. 연이율이 수천%대였기에 한 달도 되지 않아 이자만 1000만원 넘게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이 여성 주변에 딸이 다니는 유치원 주소까지 뿌려가며 협박했다.
경찰은 A씨가 피해 여성에 대한 모욕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내고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 전화하며 협박하는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여성 측은 9월 9일 경찰에 협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경찰은 즉각 수사하지 않았다. 여성은 9월 22일 극단 선택을 하며 딸에게 “죽어서도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내 새끼, 사랑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사채업자들이 피해 여성 가족·지인들에게도 욕설이 담긴 빚 독촉 문자를 하루에 수백 통씩 보냈다는 사실이 이후 알려졌다. 망인의 가족 사진과 유치원, 집 주소를 포함, 망인이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까지 뿌려댔다는 것이다. 사채업자 일당은 이런 내용을 딸이 다니는 유치원 교사에게 보냈고 “아이를 만나러 가겠다”고 유치원에 전화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 피의자를 상대로 공범과 여죄 등을 수사 중”이라며 “공범을 신속히 특정해 검거하고, 불법 대부업과 채권추심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