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무단횡단을 하다 승용차와 부딪혔다. 신호 인식이 어렵게되자 사측에서 원격 조종을 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3일 오전 8시 40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횡단보도에선 보행자 3명이 우회전하는 차량들의 틈새를 노리고 있었다. 트럭 한 대가 우회전을 했고, 트럭 뒤에서 이 보행자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승용차 운전자 A씨가 우회전 속도를 늦췄다. 차량 간에 틈이 벌어지자 A씨 예상대로 보행자 3명은 연이어 무단횡단으로 도로를 건넜다. 차량 신호는 직진 및 좌회전, 보행자 신호는 빨간불이었다.
보행자들이 도로를 건널 때까지 기다렸던 A씨가 다시 우회전을 하던 그 순간 조수석 문에 ‘콩’하는 소리가 들렸다. 빨간불에 무단횡단을 하던 또다른 범인, 배달로봇이었다. A씨가 이 로봇을 피해 차량을 이동하자 로봇은 다시 밥그릇만한 작은 바퀴 네개를 굴려 A씨 차량 조수석 문으로 ‘돌진’했다.
결국 A씨가 차량을 빠져나와 로봇을 떼어내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로봇은 인도로 복귀했다. A씨 차량의 헤드램프와 조수석 문 등은 일부 파손됐다.
이 같은 사연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A씨가 사고 관련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A씨는 이 글에서 “당시 차량 신호는 직진·좌회전 동시 신호였고, 횡단보도 신호는 빨간불이라 차량의 (우회전이 가능한)정당한 신호였다”며 “(그럼에도)무단횡단하는 보행자들을 보내준 후에 출발했는데, 로봇이 무단횡단해 차량 사각지대 부분을 충돌해 차량이 파손됐다”고 썼다.
이 같은 사고는 당시 로봇이 자체적으로 신호 인식을 못하게 되자 업체 측이 원격 조종으로 개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로봇 업체 측은 해명했다. 로봇 업체 측은 “배달 로봇은 녹색 신호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데, 사건 당시는 신호등 인식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관제사가 사람들이 모두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보고 신호를 오인해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업체 측은 또 “A씨에게 사과를 드렸고 사고 접수와 보험 처리를 안내해드렸다”고 했다. A씨 역시 “양측이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올린 글을 삭제했다.
해당 로봇은 지난 1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해당 인증을 받은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돼 보도와 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있다. 이 로봇은 배달 도착지와 약 1.2km 범위 내에서 음식물과 잡화 등을 배달하는 로봇으로 인천 송도 등에서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