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시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시추 지점에서 홍게를 잡는 어민들이 해상 시위에 나섰다. 어민들은 “시추 기간이 조업 성수기와 겹쳐 피해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일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선 ‘정부 사업 미명하에 어민들 죽이지 말라’ ‘산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탐사시추를 즉각 중단하라’는 펼침막을 든 어민 50여 명이 몰려들었다. 포항 구룡포홍게선주협회 등 소속 어민들은 이날 구룡포항에서 어선 47척을 동원해 시추 지점까지 해상 시위에 나섰다.
어민들은 어선으로 시추 지점인 포항 앞바다 40km 지점까지 이동한 뒤, 시추선인 웨스트카펠라호 주변을 포위하듯 원형으로 돌면서 시추 작업 반대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쳐들었다. 포항해경 측에선 어민들과 시추선의 안전을 위해 이날 미리 대형·중형 각 1척씩 경비함정을 배치했고,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원래도 해당 해역은 경비구역이라 경비함정이 배치돼 있지만, 어민들의 해상 시위가 진행된다고 해 함정을 별도로 추가 배치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는 이날 새벽부터 탐사 시추에 돌입했다. 시추 작업은 앞으로 40~50일간 진행된다. 수심 1.2km 아래 해저면을 2km 가량 뚫고 들어가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이다. 시추 작업에서 채취된 시료에 대한 분석 결과는 내년 5~6월쯤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사업이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내년도 사업 예산이 98% 가량 삭감돼, 추가 예산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다.
어민들도 시추 작업을 하면 물고기가 달아난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시추 작업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김진만 포항구룡포홍게선주협회장은 “벌써 오늘 시위로 우리 어민들이 입은 조업 피해만 7억에 달한다”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시위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한국석유공사 측은 어민들과 보상 논의를 했지만 보상금액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