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KBS드라마 제작진이 병산서원 기둥에 못을 박아 초롱을 걸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 제작을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 건물에 망치로 못을 박은 KBS 드라마 제작팀을 경찰이 수사 중이다. 병산서원은 조선 선조대에 영의정을 역임했던 서애(西厓) 류성룡을 기리는 서원으로, 6km 거리에 있는 하회마을과 함께 안동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경북 안동경찰서는 병산서원 건물을 훼손한 KBS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팀을 수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안동시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3~4시쯤 KBS 드라마 제작팀이 병산서원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던 중 조명 소품인 등롱(燈籠)을 매달기 위해 병산서원 내 누각인 만대루(晩對樓)와 유생들의 기숙사였던 동재(東齋) 기둥 등 7곳에 망치로 못을 박았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이를 목격해 안동시에 신고했고, 안동시에서 제작진을 제지하며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이후 3일 자정쯤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에 KBS 드라마 제작팀을 고발했다. 이 시민은 고발장에서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92조(손상 또는 은닉등의 죄)에 근거하면 드라마 제작팀이 문화재를 훼손한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안동시 또한 KBS 드라마 제작팀을 고발할 방침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국가유산청과 복구 방향을 논의 중이며, 문화유산을 소중히 대해야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도 법적 위반사항을 토대로 행정 조치를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동시 및 국가유산청 등과 논의하면서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병산서원은 임진왜란 시기 재상으로 활약했고 전쟁을 통해 반성하고 경계할 점을 담은 ‘징비록(懲毖錄)’ 등을 저술한 학자 류성룡이 1575년에 지금의 풍산읍에 있던 풍악서당을 옮겨 세운 병산서당이 전신이다. 류성룡 사후 1614년 그의 위패를 이 곳에 보관하면서 병산서원으로 바꿔 불렀고, 철종 14년(1863)에 사액서원(賜額書院 ·임금이 서원, 사당 등의 이름을 새긴 현판을 받은 서원)이 됐다. 1978년 사적 제260호로 지정됐으며, 2010년엔 하회마을의 일부로서, 2019년에는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KBS는 지난 2일 사과문을 통해 “해당 사건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