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호세이(法政)대 다마캠퍼스에서 한국인 여학생이자 이 대학 사회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유주현(22)씨가 수업 도중 망치를 휘둘러 학생 10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씨는 상해 혐의로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이 사건 이후 호세이대뿐 아니라 도쿄대·와세다대 등 기타 일본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은 모두 “혐한(嫌韓) 여론이 들끓어 학교를 다니기 어려워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호세이대는 도쿄에 위치한 사립대로, 이른바 5대 명문사립대학(MARCH)의 일원이다. 전직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가 이곳 출신이다.
◇유학생들이 기억하는 유씨…“사건 한 달 전에도 페트병 난동”
호세이대에 재학 중인 한국 유학생으로 유씨와 유학생 대상 일어 수업을 같이 들었다는 A(22)씨는 “유씨가 경찰에 따돌림을 당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는데,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같은 유학생이자 한국인으로서 피해를 입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A씨는 “일본인 학생들은 이 사건 이후 계속 무섭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유씨와 같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유씨를 “항상 혼자 있는 사람”으로 회상했다. 한 학생은 “주로 혼자 다녔는데, 그렇다고 해서 위축돼있기 보다는 도리어 당당한 느낌”이었다며 한 일화를 소개했다.
유씨는 지난 학기 시험 종료 직후 교수가 “시험이 끝났으니 펜을 내려놓으라”고 말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펜을 잡고 있어서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학기 기말 과제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았는지 교수가 질문에 답해줘도 똑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해 학생들 사이에서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유학생 B(22)씨는 “망치 난동 소식을 듣자마자 피의자가 유씨라는 생각을 했다”며 “사건 한 달 전에도 페트병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옆 사람에게 화를 내던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아니라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韓유학생들 “왜 하필 한국인” 日학생들 “역시 한국인”
유학생들은 사건 소식을 들은 후 “하필 피의자가 한국인 유학생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대학 생활이 걱정된다는 이도 있었다.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선 “한동안 학교에서 한국어를 쓰지 말자” 등의 말도 나왔다. 일본 학생들은 대놓고 이 사건과 관련해 한국인 학생들에게 욕설이나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다들 걱정과 우려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 일본인 학생은 “한국인 유학생들은 항상 일어 공부와 대학 전공 공부, 동아리 활동 모두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 유학생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 호세이대 재학생은 “한국 여자가 확실히 기가 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수업 시간에 무기로 폭행할 줄은 몰랐다”며 “처음에 소식을 듣고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인이 범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역시나’라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인 학생들 사이에선 “한국인 유학생이 이런 일을 벌이다니, 학교 측에서 유학생 지원을 줄여야 한다” “한국인 유학생은 다른 나라 유학생보다 엄격한 잣대로 입학 허가를 내줘야 한다” 등의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한 일본 네티즌은 “반드시 호세이대 교수들이 ‘다케시마(독도)’가 일본 땅임을 강의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에 한국인 들이지 말라”는 혐한 여론 조성 댓글도 달았다.
◇예상 형량은…“초범이라 집행유예 유력”
한편 이 같은 ‘망치 난동’ 이후 일본 내 형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씨에 대한 형량을 두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오사카대 로스쿨 시마오카 마나 교수는 “일본 형법 제204조에 따라 상해죄는 징역 15년 이하 구금 또는 50만엔 이하 벌금형이 선고되지만, 현재로서는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피해자들이 다친 정도에 따라 민법 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지게 될 경우 높은 배상액을 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법무성이 발간한 ‘2023 범죄백서’에 따르면, 상해죄로 3년 이상 형량을 받는 경우는 7%, 3년 이하는 93%다. 유씨에 대한 형량은 초범 여부와 사용한 무기(망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형법은 ‘속지주의(행위자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것)’를 채택했기 때문에, 유씨는 일본에서 재판을 받고 만약 징역형을 선고 받아도 일본의 여자 형무소에 수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