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한유진

코로나는 재택(在宅) 근무 추세에 불을 당겼다. 재택근무는 이른바 유연근무제, 재택근무를 비롯해 시차출퇴근, 선택적 근로시간제, 원격 근무를 포괄하는 개념 중 하나로 원격 근무랑 비슷하지만 집에서 일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들은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곳이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재택근무 활용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 재택근무를 운영 중인 곳은 48.8%였다. 직장인들은 며칠씩 재택근무를 했을까. 지난 1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83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지난해 평균 52일간 재택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재택근무 활용도에 차이가 났다. 고용노동부 ‘재택근무 활용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운영 중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은 업종은 금융·보험업(66.7%),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66.7%), 교육서비스업(62.5%), 정보통신업(61.5%) 등이었다. 숙박·음식업(14.3%), 제조업(34.0%), 도·소매업(36.2%) 등은 재택근무 도입 비율이 낮았다. 인사담당자의 66.7%가 재택근무로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근로자의 91.3%는 재택근무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이자 사무가구 업체 스틸케이스(Steelcase)가 2020년 전 세계 10개국 3만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업무 환경에 대한 달라진 기대치와 미래의 모습’ 보고서에 따르면 10개국 중 8개국이 통근하지 않아도 되는 걸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은 고립감이다.

그런데 재택근무에는 명암이 있다. 스틸케이스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재택근무자 중 41%가 현재 업무 환경이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재택근무 빈도가 늘어날수록 업무 참여도와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예상과 달리, 상당수 응답자는 재택보다는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고, 1주일 혹은 며칠 중 하루 정도 재택근무를 지속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해소된 이후 재택근무 활용 방식을 묻는 항목’에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56.4%, 코로나19 해소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활용되거나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43.6% 였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 보고서에서는 재택근무가 단기적으로 일시적인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는 상호보완성이 있어 업무별로 생산성 수준이 극대화되는 최적 재택근무 수준이 존재할 수 있다”며 “IT인프라가 잘 발달한 나라의 경우 생산성 향상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택근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는 코로나19로 강제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인식의 전환’과 ‘재택근무 환경투자’, ‘대다수 기업에서 재택근무가 원활히 진행된 점’을 들었다. 단, 직원 전원이 상시 재택근무를 하는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기존 사무실, 원격 사무실, 재택근무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하이브리드형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틸케이스 역시 세계적으로 72% 정도의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 혹은 제3의 장소에서의 근무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이 통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는 사실을 감안해 거점 오피스 등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여전히 사무실을 주요 업무 공간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기업은 23%, 풀타임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5%에 불과했다.

직장인들은 수개월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근무 공간에 대해 ‘건강과 안전을 보장해 주는 안전성’, ‘공동체를 통해 느끼는 소속감’, ‘협업을 통한 생산성’, ‘물리적, 인지적, 감정적 편안함’, ‘일하는 장소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제어력’ 등 5가지가 갖춰진 사무실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속속 재택·원격 근무를 해제하고 사무실 복귀 결정을 내리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 이후 기업에서는 이전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틸케이스는 직장 복귀를 원하는 주요 이유로 동료들과 재회, 회사·공통의 목표 재연결, 대면 협업, 조용하고 전문적인 환경, 각종 기술에 대한 접근 등을 꼽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년간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전국 만 25~54세 직장인 367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때 애로 사항을 조사했더니 ‘배우자·자녀·반려동물 등 가족’(2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인터넷·PC 등 업무 시스템 문제’(22%), ‘쉬거나 놀고 싶은 생각’(19%), ‘집안일·가사’와 ‘업무 공간 문제’가 각각 14%였다. 성·연령별로 보면 45~55세 남성은 ‘가족’(35%), 45~55세 여성은 ‘가사’(31%), 25~34세는 ‘쉬거나 놀고 싶은 생각’(29%)을 상대적으로 많이 꼽았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효율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졌다.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 이상이 코로나 사태 이후 사내 소통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복수 응답) ‘비대면 소통에서 오는 의사전달의 한계와 오해 때문’이라는 응답(57.9%)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재택근무 등으로 구성원 간 소통 감소’(44.1%), ‘쌍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소통’(41.4%), ‘회사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 감소’(29.6%), ‘혼자 의사 결정하고 일하는 문화에 점차 익숙해짐’(21.5%) 등 순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