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철강·반도체·자동차 등 한국 제조업 주요 업종에서 직원을 못 채운 비율(미충원율)이 20%를 웃돌고, 일부 업종은 4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제조 업종 기업들이 일자리 10개를 놓고 사람을 구했는데 2~4개 자리는 채우지 못했다는 것으로 그만큼 제조업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진흥원이 30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계·조선·전자·섬유·철강·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8업종의 미충원율은 모두 20%가 넘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해 하반기에 일할 사람을 6000명가량 구했으나 3700명가량밖에 채우지 못해, 미충원율 37.9%를 기록했다. 조선(36.3%), 기계(35.3%), 철강(35.0%), 자동차(30.2%) 산업의 미충원율도 30%가 넘었다. 특히 기계 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51만3000명을 구인했으나 33만2000명을 채용하는 데 그쳐, 18만1000개 일자리가 비었다. 반도체(25.5%), 전자(23.6%), 섬유(20.1%) 산업의 미충원율이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의 미충원율은 15.4%로, 제조업의 구인난이 다른 산업에 비해 더욱 심했다. 반면 금융·보험업의 미충원율은 평균에 가까운 14.2%였고, 건설업의 미충원율은 평균보다 크게 낮은 4.2%였다.

빈 일자리를 채우지 못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기업이 구직자가 원하는 임금 수준을 맞춰주지 못한 것이 8업종에서 모두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다만 디스플레이·반도체·전자 산업에선 기업이 원하는 학력·자격이나 경력을 갖춘 지원자를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조선·기계·철강·자동차·섬유 산업에선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라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한편, 조선업은 기업 간 인력 유치 경쟁이 격심한 것도 빈 일자리를 채우지 못한 이유로 조사됐다.

한편, 올 상반기에는 8개 주요 업종 가운데 철강업과 반도체 산업의 일자리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각각 1.7%, 1.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기계·조선·전자·자동차 업종의 일자리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고, 섬유 산업은 외국산 의류의 국내 수입이 늘어나고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 대한 수출은 줄어들면서 일자리가 1.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