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서울지역본부가 택시 회사들과 임금 협상을 할 때 관례적으로 뒷돈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택시노조 위원장들 녹취록 주요 발언

전택노련 소속인 서울의 한 택시 회사 노조 위원장은 30일 본지에 “(과거 노사) 교섭위원을 할 때 2000만원을 받았다”며 “(노조 측) 교섭위원들이 돈을 받는 것이 관례가 돼 있고 (뒷돈 때문에) 교섭이 기사들에게 불리하게 체결된다”고 말했다. 택시 회사의 뒷돈을 받은 노조 간부들이 임금 등 협상을 할 때 택시 기사가 아니라 회사 측에 유리한 협정을 맺는다는 주장이다. 전택노련은 지역본부별로 2년마다 지역 택시 회사 조합들과 임금 협정을 맺는다.

본지는 택시 노조 간부들이 회사 측 돈을 받는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들을 입수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노조 간부 A씨는 다른 간부인 B씨의 “그때(2013년)는 얼마야? 3000(만원)이야?”라는 질문에 “2000(만원)”이라고 답했다. 녹취록에는 “이젠(2015년) 3000(만원)은 줘야” “○○는 5000 받았대” 등의 말도 나온다.

30일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택시 노조 간부들이 택시 회사 측의 ‘뒷돈’을 받는 정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형 받았어?”라는 질문에 “받았지”라고 답하는 대목도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서울 지역 택시 노조 위원장 출신만 여러 명이다. 2010년 이후 사 측과의 임금 협상에 교섭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다. 녹취록은 작년 6~7월 식당과 호프집, 노조 사무실 등에서 녹취됐고, 돈을 받았다는 시점은 2015년, 2021년 등이다. 전택노련에는 택시 노조 수백 곳이 가입해 있고 조합원은 총 9만5000명에 이른다.

작년 7월 녹취록에서 한 택시 회사 노조위원장 C씨는 “그때 OOO(택시 회사 간부)와 나 등이 앉아 있고 봉투는 하나야. 내가 다 보고 있었어”라고 말했다. 2021년 임금 교섭위원이던 그는 “10원도 거짓말 않고 나 그 돈 그대로 형수(자기 아내) 갖다 줬어”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노조위원장 B씨는 “잘했어. 그래야 형수가 좋아하지”라며 “우리는 ‘얼마 줘’ 하지, 그거 삥땅(돈 가로채기) 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나는 최소한 3000(만원)은 주는 줄 알았어”라고도 했다. “그런 것(돈)도 없으면 ××(욕설) 교섭 뭐하려고 하냐” “돈이라는 게 전부 다 대가가 있는 것 아니냐” 등의 발언도 나온다.

다른 녹취록에서는 회사 측의 뒷돈이 적다는 더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다. B씨가 “솔직하게 얘기해 봐. 나는 지하실(지하 주차장)에서 받았어. (너는) 누구한테 받았어?” 하고 묻자, 2013년 임금 교섭에 참여했던 A씨는 “나는 여기(택시 조합)에서만 받았다”고 했다. D씨는 자신이 2011년 임금 교섭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때(2011년)도 2000(만원)인 거야? 우리 때(2015년)도 2000(만원). 단가가 올라서 3000(만원)은 줘야 하는 것 아냐”라는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과거 ‘뒷돈 공정가’가 2000만원인데 시간이 몇 년 흘렀으니 300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녹취록에는 ‘뒷돈 봉투’가 오간 구체적 정황도 담겼다. B씨가 “(2015년) 교섭할 때 어디에서 돈 받았냐”고 묻자 E씨는 “○○(택시 회사 사장) 차, 카렌스”라고 답했다. 이어 “그때 (다른 노조 위원장이) 나보고 ○○이 보자 한다고 해서 (차에) 내려갔다”고도 했다. “○○한테 직접 받았냐”는 질문에 E씨는 “그래”라고 했다. 여기엔 돈을 준 사람 실명도 나온다. 돈이 오간 시간과 장소, 준 사람을 특정한 것이다. E씨와 대화를 나누던 B씨도 “나는 지하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한테 받았다”고 했다.

노조 위원장들은 누가 더 받았는지 의심하는 말도 했다. “○○(노조 교섭위원)가 5000(만원)을 받았다는 말은 뭐야”라는 질문에 “그런 얘기 돈다” “그러니까 5000(만원) 받았네”라며 욕하는 내용도 있다. 그러면서 “택시 조합(회사 측)에서 감사를 했는데 ‘왜 교섭하고 돈을 주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더라”며 회사 측이 노조 간부에게 돈을 준 것에 대한 걱정도 했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사 측)이 택시 노조 간부들을 동남아로 관광성 연수를 보내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 측은 매년 1억원을 들여 노조 간부들을 태국 파타야 등으로 보냈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의 정기총회 자료를 보면 조합은 ‘서울택시노조의 해외 연수 지원’이란 명목으로 2018년과 2019년 각각 1억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취소됐지만 2021년엔 제주도에 갔고, 2022년은 ‘사 측이 노조에 부당하게 금품 등을 지원하는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는 내부 지적이 나와 취소됐다고 한다.

택시 노조 내부에서도 ‘뒷돈’ 관행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일부 노조원이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했으나 각각 각하와 기각 판정을 받았다. 금품을 받은 지 3개월 이내에 제소해야 한다는 규정과 회사 측이 부인한다는 이유를 들어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노조 측) 교섭위원이 사용자와 금품을 주고받은 것은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형법상 배임수재 등 소지도 있다”고 했다.

한 법인 택시 기사는 “(택시) 노조와 조합(회사 측)이 어떤 협상을 했는지 모른다”면서 “임금 등 처우는 10년 넘게 나아진 게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택시사업조합 핵심 관계자는 “노조 측 교섭위원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전택노련은 “교섭은 지역본부에 위임을 해 왔고 지역 교섭위원들이 돈을 받았다는 말을 최근 우리도 들었는데, 맞는다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전택노련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돈을 받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