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대학 졸업을 앞둔 작년 10월 특정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졸업 전이라 발령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취업 지원제도’에 신청서를 냈다. 이 제도는 정부가 저소득층이나 취약 계층에게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부에겐 월 50만원의 구직 촉진 수당을 주는 일자리 정책의 일환이다. A씨는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것처럼 상담받으면서 발령 전까지 넉 달간 매달 50만원씩 받았다”고 말했다. 공무원 합격 등 취업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고용 안전망 확충을 위해 2021년 도입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부실 운영되고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한국형 실업부조’다. 실업급여는 직장에 들어가 고용보험에 가입해야만 받을 수 있다. 반면 실업부조는 고용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나쁜 근로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A씨처럼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지원금이 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취업 준비생인 B씨는 자취방 월세도 부모님에게 지원받고 생활비도 모두 부모님 명의 카드로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활용해 월 50만원씩 받았다. B씨는 “친구가 ‘취업 준비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해 지원했다”며 “직전에 해외여행을 다녀와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생활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수월한 서울 유명대 학생들도 정부 돈을 받고 있다.

취업을 돕는 정부 고용 상담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대학생 C씨는 “상담받는 정보가 대부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나와 비슷한 스펙이 갈 수 있는 회사와 동떨어진 곳을 추천해 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다른 취업준비생도 “상담사들이 업계 분위기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사업 실적도 부진하다. 정부는 이 제도로 작년 47만명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만7000명만 지원했다. 대상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예산 1조4964억원 중 41%가 그대로 남았다. 이 제도를 통한 취업률도 53.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실업부조는 취약 계층의 일자리 지원을 위한 것인데 제대로 관리·감독이 안 되면서 불필요한 곳으로 돈이 새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