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도 정부 요구대로 회계 결산 자료를 외부에 공시하기로 24일 결정했다. 그동안 회계 공시를 거부해온 양대 노총이 모두 입장을 선회하면서 노동계의 고질적인 ‘깜깜이 회계’ 문제가 해소될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 노동 개혁의 성과로 풀이된다.

민노총은 한노총처럼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현 정부 방침에 대해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해왔다. 올 초 ‘‘현행 법대로 회계 서류를 갖췄는지 증빙하라’는 정부 요구를 조직적으로 거부한 데 이어, 4월엔 노조 사무실에 현장 조사를 나온 고용노동부 직원들을 막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회계 공시를 한 노조에만 연말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 양대 노총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해석이 많다. 정부가 이달 초 개정한 노조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 공시 사이트에 회계 정보를 입력한 노조의 조합원만 조합비의 15%를 돌려받을 수 있다. 1년에 36만원의 조합비를 냈다면 5만4000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조가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조합비를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하는 조합원이 늘었고, 노조의 불투명한 회계 때문에 조합원이 연말 정산에서 손해를 보는 것에 대한 비판도 높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민노총은 이날 “회계 투명성을 빌미로 한 정부의 노동 탄압과 혐오 조장을 저지하고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회계 공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당한 노조법·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정책 전환을 강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양대 노총 참여로 회계 공시가 확산하면 노조의 민주성이 높아지고 사회 전반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