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신현종 기자

A공공기관의 한 노조원은 자신에게 적용된 임금피크가 무효라며 A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이 노조원은 업무 시간에 변호사 접견 등 각종 소송 준비를 하고 재판에도 출석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 사이 총 208시간(하루 8시간씩 26일)에 달했다. 그런데 이 노조원은 그 시간을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로 인정받았다. 타임오프는 노사 합의로 노조 활동 시간 일부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소속 기관(회사)을 상대로 한 소송은 타임오프 적용 대상이 아니다. A기관은 소송을 걸어온 노조원이 개인적으로 재판 준비에 들인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월급까지 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일 ‘근로시간 면제와 노조 운영비 부당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통해 점검 사업장 62곳 중 39곳에서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9월부터 이달 말까지 노조 200곳에 대해 불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A기관처럼 면제 대상이 아닌데도 타임오프로 처리한 경우가 4건이었다. B공공기관은 간부들이 8시간 파업한 것을 면제 처리했다. 파업은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인데도 파업한 간부들에게 임금을 준 것이다. 타임오프 인원·시간 한도를 어긴 경우는 29곳 나왔다. C기관은 법상 면제 한도가 연간 1만2000시간이지만 노사 이면합의를 통해 1만3346시간으로 늘렸다. 인원 한도가 원래 12명이지만 27~28명으로 운영했다.

한편 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업체 D사는 노조에 최근 1년간 제네시스 1대, 그랜저 8대, 카니발 1대 등 차량 10대 렌트비 1억7000만원을 대 줬다. 기름값 등 차량 유지비 7000만원도 별도로 줬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E사는 최근 1년간 노조에 10억4000만원의 운영비를 불법으로 줬다. 지회장 월 14만원, 부회장 월 12만원, 대의원 월 4만원 등 별도의 직책 수당도 줬다. 9300만원을 들여 노조에 차량 2대를 제공했고, 유지비로 월 140만원을 추가로 줬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F사는 노조가 뽑은 사무실 직원의 임금 3500만원을 대신 내 줬고, 노조 위원장에게는 월 600만원의 기본급을 더 챙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