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 ‘올(All)바른노동조합’이 노조 기금으로 조합원들에게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측이 아닌 노조가 직접 직원들의 출산, 육아를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1일 올바른노조 관계자는 “다음 달 대의원 회의를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조합원들에게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첫째를 낳으면 100만원, 둘째는 2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2021년 출범한 올바른노조는 조합원 수 2160명으로,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 한국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에 이어 ‘제3노조’다. 1·2노조와 달리, 20대~40대 초반 사이 젊은 조합원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해 ‘MZ(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노조’로 불린다.

올바른노조가 ‘출산 장려금’ 지급 등 저출생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2040 젊은 조합원들에게 출산, 육아 지원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대다수가 결혼 적령기, 가임 세대이다 보니 출산, 임신 관련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가 많다”면서 “저출산으로 국가 기반이 무너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지금의 젊은 노동자들 아니냐. 아이 키우기 좋은 회사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 사측과 함께 노조도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직원들이 출산이나 입양을 할 때 축하금 명목으로 20만원씩 지원하지만 별도의 출산 장려금은 없다. 앞으로 노조는 조합원들이 월 1만원씩 내는 조합비로 조성한 ‘노조 기금’에서 출산 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한 해 태어나는 아이가 20~30명 정도로, 노조 재원으로 부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사측에 유연 근무제 확대, 직장 어린이집 제도 개선 등 ‘육아 친화 제도’ 도입을 적극 요구할 계획이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교대 근무를 할 때가 많다. 교대 근무자들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 출퇴근제’를 이용할 수 없고,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기도 어렵다. 또 성동구에 직장 어린이집이 한 곳 있지만, 직원들이 서울 전역에 흩어져 근무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직원은 제한적이다. 올바른노조 관계자는 “직장 어린이집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보다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의견도 있다”면서 “교대 근무가 많은 조합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 차원에서 젊은 남녀 간 만남도 주선할 계획이다. 노조가 지난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을 안 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 조사(복수 응답)를 했더니 1위는 경제적 부담(70.2%) 이었고, ‘상대를 만날 기회나 결혼을 원하는 상대가 없다’는 응답이 42.6%로 2위였다. 그다음으로 ‘개인의 삶을 중시하거나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낀다’는 응답은 23%였다.

올바른노조 관계자는 “설문 조사를 해보니 결혼을 하고 싶지만 좋은 상대를 찾기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다”며 “신원이 보장된 미혼 남녀 간 교류 행사나 사내 소개팅 등을 기획해 조합원들이 상대방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