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한모(27)씨는 최근 아침마다 경기도 수원의 집에서 전철로 40분쯤 걸리는 충남 천안의 한 독서실로 향한다. 한씨는 “집 근처 독서실은 모두 문을 닫았다”며 “집에서는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아 그나마 수도권이 아닌 지방 독서실은 운영한다고 들어 수소문해 장소를 구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수도권 입시생과 취준생들 사이엔 이 같은 ‘코로나 대피소’ 구하기가 큰 화제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강화된 거리 두기가 실시되면서, 이들이 평소 공부하던 장소들이 대거 문을 닫아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0시부터 전국 대형 학원의 대면 수업을 금지했고, 수도권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도 운영을 중단시켰다. 특히 ‘카공족(카페 공부족)’이 자주 찾던 수도권 프랜차이즈 카페는 매장 이용이 금지됐다. 당초 6일까지였던 이런 조치는 수도권에선 13일까지 연장했다.

수험생들은 아직 매장 이용이 가능한 개인 카페뿐 아니라 호텔, 공유 사무실 등까지 찾아나서고 있다. 우선 거리 두기 제한이 덜한 지방으로 ‘원정 공부’를 떠난다. 수험생 김모(여·23)씨는 “주로 수도권에서 1시간 내외로 갈 수 있는 천안⋅대전⋅세종 등의 독서실이 대안으로 거론된다”며 “이런 곳의 독서실들도 최근엔 인원을 제한하는 데가 많아 일일이 전화해 이용이 가능하다는 곳을 찾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호텔이나 모텔, 공유 사무실 등을 빌리기도 한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강모(29)씨는 “독서실 비용을 환불받아 서울의 중형 호텔을 월 단위로 빌려서 공부 중”이라며 “최근 고3 학생들도 이런 곳을 많이 찾는다고 들어 놀랐다”고 했다. 금융권 취준생인 장모(여·23)씨는 “취업 준비를 같이 하는 스터디 회원 5명이 여의도에 월 30만원대 공유 사무실 하나를 함께 빌렸다”고 했다.

지인이나 부모의 사무실, 자동차 등을 빌려 급히 공부방으로 꾸미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인 박모(여·53)씨는 “최근 일산에 사는 고2 조카를 위해 아는 지인의 사무실을 빌려 책상을 하나 넣고 공부 장소로 얻어줬다”고 했다. 공시생 박모(22)씨는 “어머니 차를 빌려 조용한 곳으로 몰고 간 뒤, 차량용 테이블 등을 이용해 차 안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회원 약 281만명인 한 수험생 커뮤니티엔 “입시생인데 갑자기 다니던 독서실이 문을 닫았다. 집에선 도무지 집중이 안 돼 세종의 아빠 사무실을 공부방으로 쓰기로 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감염 위험에도 꼭 집 아닌 바깥에서 공부해야 하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회사원 이모(24)씨는 “정부가 이용을 제한한 장소가 아니어도 코로나 감염 위험이 있는 건 어디나 똑같으니 힘들어도 집에서 홀로 공부하는 수험생도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평소 카페 등에서 공부하던 수험생들은 “공부 환경을 빨리 바꾸는 게 쉬운 건 아니다”라는 반론을 하기도 한다. 입시생 양모(19)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형편이 어려운 경우 공공 도서관이나 저렴한 카페만 찾던 사람도 많은데, 이게 하루아침에 사라졌으니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