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즉시, 지체 없이 미신고 집회에서 해산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일 수 있습니다!”

8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역 KTX 승강장 내에 경찰의 이런 안내 방송이 쉴새 없이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집회를 열던 민노총 산하 코레일네트웍스 노조원 200여명은 경찰의 안내 방송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분홍색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은 승강장 양 옆으로 각각 2m 간격으로 늘어선 채, “투쟁” 등의 구호를 외치며 LED 촛불을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7일 오후 민노총 산하 코레일네트웍스 노조원들이 서울역사 내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민노총 산하 노조가 방역 당국과 경찰의 거듭된 집회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서울역 역사 내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수백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연일 열고 있다. 민노총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전날에도 이곳에서 300여명(경찰 추산)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모두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다. 서울시가 지난달 24일 ‘거리 두기 단계 강화’를 하며 서울 전역에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자, 아예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날 민노총은 승강장 내부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틀었다. 마이크를 쥔 지도부가 “저희들도 파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고용안정 인력충원 쟁취”를 선창하자, 노조원들이 이를 따라서 후창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로에서 집회를 하고 있어서 안전문제로 인해 강제 해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3차 해산명령까지 했는데도 해산을 하지 않으면, 전원 사법처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후 6시쯤 코레일 관계자가 ‘소란행위 금지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 A조직국장에게 다가섰다. 그러자 그 앞에서 또다른 노조 관계자가 오히려 “이렇게 붙어서 이야기하는 게 (코로나에) 더 위험해 보인다”며 “침 그만 튀기고 돌아가라”고 했다. 코레일 측은 이 공문을 스피커 위에 두고 돌아섰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철도안전법 등에 위반되는 집회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6차례 보냈지만, 정당한 노조 활동이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8일 오후 5시 30분쯤 민노총 산하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노조원들이 서울역 KTX 승강장 내에서 불법 집회를 열고 있다. /남지현 기자

A조직국장은 “보다시피 2m 간격을 지키며 집회하고 있다”며 “경찰은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버스나 지하철에도 10명씩만 타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노총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임금인상과 직접고용 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고, 지난 2일부터 승강장에서 스피커를 틀어 놓고 본격 집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