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청사.

술에 취해 잠든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영상을 찍은 데 대해서만 항의한 점과, 같은 날 오후 피해자가 ‘ㅋㅋㅋㅋ 에후, 오빠….’라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장찬수)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A(25)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오전 4~5시 제주 시내 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운전석에서 잠들어 있던 피해자 B(여·22) 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혐의를 부인했다. B씨와 성적 접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합의 하에 이뤄진 행위여서 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거나, 피고인이 이를 이용해 간음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객관적 구성요건으로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과 이를 이용해 범행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동 등 구체적 상황을 비교적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정신이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가 실눈을 뜨며 피고인을 지켜보다가 피고인이 성폭행하려 하자 용기를 내 ‘(조금 전)왜 동영상을 찍었느냐’며 항의했다고 진술했다”며 “성폭행 행위에 항의하지 않고 그 이전에 촬영된 동영상에 대해서만 항의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사건 당일 오후 피해자가 카카오톡 메신저로 피고인에게 ‘ㅋㅋㅋㅋㅋ에후. 오빠 영상 앨범에만 있있던거 맞지?’라고 했다”며 “이는 피해자가 성관계는 동의했지만 동영상 촬영에만 항의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더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의식을 지닌 상태에서 행동했지만 ‘블랙아웃’ 증상으로 피고인과의 접촉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