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안병현

구독자 37만명의 영화리뷰 유튜버 ‘백수골방’ 김시우(31)씨는 지난해 4월 유튜브 활동을 중단했다. 2015년 10월 다니던 화장품 회사를 박차고 나와 ‘전업 유튜버’가 된지 4년 6개월만이다. 최근 김씨는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돌리며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새롭고 조회수가 잘 나올만한 컨텐츠를 찾는게 너무 힘들었다”며 “이제 유튜버는 부업으로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업 유튜버로서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퇴사 직후 제작한 영화 ‘아이언맨’ 리뷰는 누적 조회수 327만회를 기록했고, 영화 관련 업계에서 협찬이 붙으며 한 달 수익이 15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1~2 주에 한 편 꼴로 5년간 184개 영상을 찍었다. 이 중 조회수가 50만회 이상인 영상도 30개가 넘는다.

그러나 김씨는 “어느 순간 내가 모두 소진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1세대라고 불리는 5~6년차 유튜버 대부분이 ‘소재 고갈’이나 ‘시청자 감소’등의 이유로 은퇴를 결정한다”며 “나도 사실 어느 순간부터 ‘할 말이 없는데 억지로 영상을 만든다’고 느낀지 오래됐다”고 했다. 이어 “유튜브의 ‘성공 신화’에 가려 이 직업의 생명이 얼마나 짧은 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 시장이 점차 성장하면서, 최근 초등학생의 대표 장래희망 중 하나는 ‘유튜버’가 됐다. 2020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유튜버·스트리머 등 크리에이터는 경찰관, 가수에 이어 초등학생 장래희망 4위에 올랐다. 그러나 정작 전업 유튜버 생활을 해본 이들은 “준비없이 전업 유튜버는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튜브 통계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1년 1월, 유튜브 영상에 광고를 붙일 수 있는 기준(구독자 1000명,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을 넘긴 국내 유튜브 채널은 10만370개다. 이 중 ‘실버버튼’(구독자 10만명) 이상 유튜브 채널은 4986개(0.49%) 뿐이다.

소득도 천차만별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유튜버 등 1인 전업 크리에이터 상위 1%의 월 평균 수입은 1800만원이지만, 전체의 절반은 한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유튜버는 실패한다. 커피 전문 유튜브를 운영하는 권승욱(38)씨는 2018년 직장을 그만두고, 모아둔 2000만원을 꼬박 쓰며 유튜브에 ‘올인’했지만 구독자 5000명을 넘기지 못했다. 권씨는 “1년간 컨텐츠 계획, 시장 조사 등을 철저히 공부하고 뛰어들었지만 구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연예인처럼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타고난 매력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2만명 구독자를 가진 인테리어 유튜버 배모(38)씨도 전업 유튜버가 되기 위해 퇴사한지 4개월만에 다른 직장을 잡았다. 배씨는 “편집자 없이 매일 12시간씩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편집했지만, 정작 시급으로 따지면 회사를 다니는 것만 못했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수익도 문제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조회수 1회당 1원 안팎이다. 영상 주제나 시청자 평균 연령, 성별에 따라 수익이 다르게 붙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본지가 취재한 8명의 유튜버는 시청자 1명당 유튜브 광고 수익이 0.4원~1.5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유튜버들은 한 번에 수십~수백만원을 벌 수 있는 ‘기업 협찬 광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구독자 4만명 뷰티유튜버 방모씨는 “을(乙)로 사는게 싫어서 회사를 뛰쳐나왔는데, 현실은 병(丙) 이었다”고 말했다. 방씨는 “대형 유튜버가 아닌 이상,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그리고 구독자 여론의 눈치를 보며 그들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유튜버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말은 환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코로나 상황 때문에 기업 협찬마저 뚝 끊겼다. 구독자 36만명의 한 유튜버는 “최근 직원들 월급과 스튜디오 대여료를 제외하면 월 수익이 ‘0원’이었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 대세는 수시로 변하는데, 수익마저 일정치 않기 때문에 장기간 유튜버로 살아남는건 쉽지 않다”며 “수익만 쫓아 유튜버를 꿈꾸는 분들은 정말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