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앱이 있다. 매일 공부 시간을 측정해 전국 또래들과 비교해 순위를 매겨주는 앱이다. 이름은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 4일 오전 0시 40분, 앱에 접속해 ‘초등학생’으로 설정하자 274명이 공부 중이라고 나왔다. 이날 공부 시간 1등은 총 13시간 47분간 자신의 공부 모습을 인증한 이용자였다.

이 앱은 같은 학년 혹은 고시·공무원·노무사 등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끼리 공부 시간을 순위로 매긴다. 이 앱으로 공부 시간 측정을 시작하면 다른 앱은 사용할 수 없다. 2019년 출시 이후 초·중·고생을 비롯해 현재까지 280만명이 이 앱에 가입했다.

초등학생 공부 시간부터 하루에 몇 보(步)를 걷는지, 심지어 과속·급정거 등 운전 실력까지 모두 순위를 매기고 경쟁시키는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업체들은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일상(日常)의 작은 것들까지도 남들과 비교하는 ‘순위 중독 사회’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이용자 1850만명을 보유한 내비게이션 앱 ‘티맵’은 개개인의 운전 점수를 매겨 등수를 매긴다. 점수는 스마트폰이 차량의 과속(제한속도 15㎞ 이상 초과), 급가속·급감속(1초 이내 속도 10㎞ 이상 증가 혹은 감소) 횟수를 감지해서 측정한다. 이용자를 점수별로 줄 세워 상위 혹은 하위 몇 %에 해당하는지도 알려준다. 운영사인 티맵모빌리티에 따르면 이용자 1850만명 중 1500만명이 운전 점수를 측정하는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했다. 운전 점수 40점으로 ‘하위 20%’라는 직장인 박모(40)씨는 “남들과 비교해서 운전을 못한다니 자극이 되는 측면도 있는데, 왜 업체가 이런 것까지 순위를 매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걷기·달리기 측정 앱들도 경쟁 기능이 활성화돼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 세계 ‘삼성헬스’ 앱 이용자 2억명 중 2000만명가량이 걸음 수 비교 기능을 사용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번 달 시작한 지 5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10만보를 걸은 사람이 있다니 분발해야겠다’ ‘부서 동료가 하루 3만보씩 걷길래 나도 이기려고 한 시간씩 더 걷고 있다’ 등의 이야기가 올라온다. 달리기가 취미인 직장인 신모(26)씨는 최근 ‘나이키런’이란 운동 앱에 접속했다가 ‘1.36㎞만큼 친구에게 뒤처졌습니다’란 알람을 받았다. 신씨는 “별 것 아닌데 ‘뒤처졌다’는 표현에 기분이 상하고 패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코로나도 이런 ‘비대면 경쟁 서비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이 영업 제한을 받고 마라톤 같은 행사도 열리지 않으면서 기존의 대면(對面) 경쟁이 비대면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통제감을 느끼고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경쟁 심리를 부추기는 기능을 만드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용자 수 확보를 위해서다. 가족, 지인과 경쟁을 하려 앱을 깔고 친구를 추가하면서 자연히 이용자가 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1월 삼성헬스의 기존 1대1 걸음 수 대결 기능을 본인 포함 최대 10명까지 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도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개개인의 운전 습관과 같은 개인 정보를 수집해, 운전 점수가 일정 점수 이상이면 보험료를 5~11%가량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펴고 있다. 박윤대 고려대 공공정책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이 일상화돼있는 경쟁 중독 사회”라며 “경쟁 앱의 유행이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