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53 금성대전투' 예고편 중 일부. 중공군의 입장에서 북한군을 '아군'으로 표현하고 있다. /유튜브

6·25 전쟁을 다룬 중국 영화 ‘1953 금성대전투’가 정부의 정식 상영 허가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눈으로 바라본 6·25 전투를 그린 이 영화는 중국 공산당이 애국주의를 고취하기 위해 제작한 대표적인 프로파간다 영화(특정 정치 사상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1953 금성대전투’는 중국에서 ‘금강천(金剛川)’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0월 23일에 맞춰 개봉했다. 이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최고 지도자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한 날이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6·25 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뜻이다.

이날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며 전쟁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다. 또 “중국 지원군은 북한 전장에 들어갔고, 이는 정의로운 행위 중에 정의로운 행동이었다”며 미국과의 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지칭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겪는 요즘 애국주의를 고취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듯 ‘금강천’은 애국주의 영화의 대가로 불리는 관후(管虎)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영화 소개에는 “미군의 무자비한 폭격과 함께 북진 야욕에 불타는 한국군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된다. 인민군 공병대는 결사 항전을 준비했다. 금강천을 한국군 사단의 피로 물들인 인민군 최후의 전투”라는 내용이 담겼다.

1953년 7월 금강산의 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그린 이 영화에는 4억 위안(약 718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됐다. 특수부대 전랑(戰狼) 시리즈로 유명한 우징(吳京) 등 유명 배우도 출연하며 흥행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다”고 보도했다. 바이두 평점에서 10점 만점에 6.5점에 불과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자 중국 당국이 ‘금강천’ 단체 관람을 적극 권장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일부 중국 정부 기관들이 항미원조 전쟁을 다룬 영화 ‘금강천’ 단체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웨이보에는 소속 기관 차원에서 ‘금강천’을 단체 관람했다는 후기가 잇따라 올라왔다. 영화 업계 또한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단체 관람을 통해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단체 고객 유치 광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1953 금성대전투’는 지난달 30일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받고 오는 16일 국내 유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 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게 정상이냐”며 “철저히 중국과 북한의 시각으로 제작된 영화를 보여주는 의도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대한민국을 침략한 중공찬양 영화를 우리 안방에서 보라는 것이냐”라며 “충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