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보이스피싱 이른바 '김미영 팀장' 총책 박모(50)씨. /경찰청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3000만원까지 30분 이내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

이같은 문자 등으로 사람들을 속여 수백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김미영 팀장’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기 수법을 설계한 총책은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근무한 전직 경찰로 드러났다.

6일 경찰청은 지난 2012년부터 필리핀에 콜센터를 만들어 대출해 줄 것처럼 속여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50)씨와 조직원 7명을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대출을 해줄 것처럼 전화 상담을 하며 보증보험증권 발급 수수료와 인지세 등을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만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책 박씨는 한국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수뢰 혐의로 2008년 해임됐다. 이후 박씨는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미영 팀장을 사칭하는 사기 수법은 박씨가 직접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수사 경찰로 근무하며 접한 범죄 수법을 박씨가 직접 자기 범죄에 이용한 셈이다.

경찰은 지난 2013년 이 조직의 국내 조직원 28명을 검거했지만 박씨와 주요 간부들은 해외로 도피했다. 박씨는 필리핀 마닐라에 7층 규모의 빌딩을 산 뒤 전부 콜센터로 활용했다고 한다. 박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에 사설 경호원을 두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개의 가명을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도피 생활을 이어나갔다.

박씨는 지난달 대포통장 관리를 맡은 측근이 붙잡히면서 꼬리가 잡혔다. 박씨의 주거지 위치를 확보한 경찰은 2주 간의 잠복을 거쳐 박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박씨 등 피의자 8명을 국내로 신속히 송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