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주민센터나 구청 등 공공기관의 운영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하는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점심시간엔 공공기관을 직접 찾아오는 주민 응대도 하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10.20 12시 멈춤! 조합원 총투표 결과 보고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18. /뉴시스

지난 7월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가 이 제도를 시행한 데 이어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 공무원노조가 부산과 경남 전역에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사실상 1시간 동안 행정기관이 문을 닫으면 불편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점심시간을 이용해 관공서에 들를 수밖에 없는 직장인이나 인터넷 또는 무인 서류 발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낯선 중·장년층 등의 불만이 크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와 창원시공무원노조 등은 9일 경남도청 앞에서 ‘공무원 점심 휴무 전면 시행 추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내년부터 경상남도 내 18개 시·군의 모든 공무원이 낮 12시~오후 1시에 무조건 점심시간 휴무를 하도록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부산 공무원 노조도 오는 11일 내년 1월부터 16개 구·군청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전면 시행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은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 보장된다. 다만 지자체장이 직무 특성 등을 감안해 필요한 경우 1시간 범위에서 점심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대부분 지자체가 운영하는 민원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도 적지 않다. 근무 인력이 적거나, 직원 수에 비해 일이 많은 곳에서는 편하게 점심 먹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경남의 한 민원실 공무원은 “일이 몰리는 날이 많다 보니 1시간을 온전하게 식사를 하는 데 쓸 수가 없다”면서 “점심시간에 교대근무를 한다고 1~2명만 남아있다 보면 가끔 거친 민원인이 찾아왔을 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또 인터넷이나 무인 기기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런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에 따라 2017년 2월 경남 고성군이 전국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고, 경기도 양평군, 전남 담양군과 무안군, 전북 남원시, 충북 제천시와 보은군 등도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지자체 외에도 지난 2019년부터 전국 법원 민원실도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역시로도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 7월엔 광주광역시 산하 5개 구청 민원실과 동 행정복지센터가 점심시간에 문을 닫기로 했고, 부산 중구청도 내년 1월 1일부터 부산에서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시행한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점심시간 때 잠시 짬을 내 민원 업무를 봐야 할 때가 많은 직장인들의 불만이 크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김모(37)씨는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민원 하나 처리하려면 업무 중에 눈치 봐서 회사를 살짝 빠져나오거나 휴가를 내야 하는 거냐”고 했다.

인터넷이나, 무인 민원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의 불만도 크다. 인감증명서 등 일부 공문서는 주민센터 등에서 공무원을 통해서만 발급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경남 하동에 사는 정모(67)씨는 “자식들에게 물어보면 간단한 증명서는 인터넷으로도 뽑을 수 있다는 데 쓰는 방법이 너무 복잡해 매번 주민센터에 가는데 앞으로 점심 때는 공무원 밥 먹고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거냐”며 “공무원 많이 뽑았다더니 다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