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3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필리핀 호텔 카지노에서 열리는 도박 장면을 생중계하는 방법 등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카지노가 있는 필리핀 현지 기상이나 인터넷 상태에 따라 영상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갱신’ 버튼을 활용해 게임에 참여해 주세요.”

동남아 호텔 카지노의 도박 장면을 생중계하거나 운동경기 승패에 돈을 걸게 하는 이른바 ‘토토’ 방식으로 1조 3000억원 규모의 도박 사이트를 개설·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조직적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기업형 범죄 단체 조직원 150명(한국 국적)을 순차적으로 특정해, 130명을 범죄 단체 조직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조직원 20명에 대해 적색 수배(최고 등급 수배)를 내리는 등 추가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필리핀에 사무실·숙소를 마련해 호텔 카지노 도박 장면을 실시간 중계하거나 국내·외 스포츠 경기에 돈을 걸게 하는 방식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은 서로를 이사·팀장·팀원 등 직급으로 부르며 지휘체계를 갖췄고, 사이트 운영·홍보·고객 응대·프로그램 관리개발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행동했다. 특히 새 조직원이 동남아 현지에 입국하면 이탈 방지를 위해 여권을 압수하거나, 휴가 등 사유로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간부급 조직원이 보는 앞에서 휴대전화 내역을 직접 삭제하게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2019년 9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150여개에 이르는 도박자금 입금계좌를 분석하고 IP(인터넷 접속 주소)를 추적해 지난 9월 동남아 현지에서 조직 총책을 검거했다. 또 국내로 유입된 범죄 수익금 8억원을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증가하는 국제범죄 및 외국인 관련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범죄 전문 수사 인력을 주축으로 전문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사이버 도박에 참여하면 개인이 수익을 내기는커녕 범죄 조직의 수익만 불려주게 되는 구조이니 절대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