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용인의 실내운전연습장에서 손님들이 스크린 앞에 앉아 운전 연습을 하고 있다. /맹드라이브

서울 관악구에 사는 대학생 이모(25)씨는 최근 ‘실내 운전연습장’에서 1주일간 연습하고, 2종 보통 운전면허를 땄다. 실제 차량과 똑같이 생긴 운전석에 앉아, 앞·좌우를 둘러싼 3면(面) 스크린을 바라보며 면허 시험 코스를 가상현실(VR)처럼 연습하는 공간이다. 정식 운전학원이 아닌 사실상 ‘운전 게임장’인 셈이지만 가격이 싸다 보니 수능 마친 고3 수험생, 대학생 등 주머니가 얄팍한 이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운전 전문학원 수강료는 보통 60만원대인데 실내 연습실은 20만~30만원대로 절반 수준이다. 이씨는 “아르바이트비로 학원비를 충당하다 보니 아무래도 싼 곳을 찾은 것”이라며 “실제 운전과 느낌은 달랐지만 그래도 어릴 때부터 게임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VR이 익숙했고, 면허 따는 데도 지장은 없었다”고 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도 최근 친구들과 함께 스크린 낚시장에 다녀왔다. 그는 “그래도 진동 모터를 통해 ‘손맛’이 느껴졌고, 실내에 자갈까지 깔아놔 제법 낚시장 같았다”며 “멀리 가기 싫어하고, 비린내를 꺼려하는 친구들도 같이 어울려 놀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 밖에도 공을 굴리면 스크린 속 핀이 쓰러지는 ‘스크린 볼링장’, 스크린 속 기계에서 나오는 공을 치는 ‘스크린 테니스장’ 등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성 세대들이 실제 체험을 통해 익혔던 많은 활동이 젊은 세대 사이에선 속속 ‘스크린’으로 넘어가고 있다. 일찍 스크린 문화가 정착된 골프를 비롯해 테니스⋅야구⋅볼링⋅낚시 같은 스포츠·레저뿐 아니라 운전 연습까지 가상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와 흡사하게 기술이 발달한 데다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크린을 통한 훈련과 체험은 ‘가성비’가 좋아 젊은 세대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전자기기 활용에 익숙한 소위 스크린 세대들이 ‘값싼 가상 체험’으로 경험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운전 시뮬레이터가 아무리 정교해도 실제 도로와 다른 만큼 안전 우려가 있고, 가상에서 모든 걸 대체할 경우 그것을 현실처럼 강력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