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담병원에 확진자가 탑승한 음압 구급차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확진으로 재택치료 중이던 만삭 임신부가 출산 진통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지만 전담 병상이 없어 10시간여를 거리에서 헤매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10시쯤 출산 예정일을 이틀 남긴 30대 산모 A씨는 “하혈을 시작했다”며 119에 신고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A씨는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로 이송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는 남편과 함께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 중이었기에 일반 산부인과 이용이 불가능했다.

방역 지침상 코로나 감염자가 응급 상황을 맞았을 때는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 역시 전담병원에 있는 산부인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최근 급격한 코로나 확산세에 전담병원 병상이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A씨 신고를 받고 10여 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구급차를 몰고 인근 병원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모두 “확진자 병상이 다 찼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경기 전역은 물론 서울과 인천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약 2시간을 떠돌던 중 다행히 A씨의 산통이 잦아들었고 출혈도 멎었다. 이후 A씨는 구조대 측과 상의한 끝에 우선 귀가했다.

다음 날 새벽 2시 35분쯤. A씨의 진통이 다시 시작됐다. 재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씨를 태운 채 다시 전담병원을 찾아 나섰다. 수도권을 넘어 비교적 가까운 충청권 병원에까지 문의했다. 하지만 모두 수용 불가 통보를 전했고 그러는 사이 5시간이 흘렀다.

A씨의 진통 주기가 5분 간격으로 빨라졌다. 하는 수 없이 구급차에서 분만을 시도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 순간, 서울 한 병원에서 병상 한 개가 확보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A씨는 최초 신고 후 10시간여 만인 14일 오전 8시 10분쯤에야 병원에 도착해 출산할 수 있었다. 밤새 구급대가 병상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한 병원은 40여 곳이고 돌린 전화는 80통에 달한다.

소방 관계자는 “코로나 전담 병상이 포화상태라 응급 상황에 대처가 힘들었다”며 “그나마 산모가 잘 버텨준 덕분에 위험한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이와 관련해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를 수용할 병상이 없다는 것은 생명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라며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15일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1.4%(1298개 중 1056개 사용)에 달하며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는 수도권의 경우 86.4%(837개 중 723개 사용)다. 게다가 모든 전담병원이 산부인과를 갖추고 있지는 않아 확진된 임신부의 경우 병상 이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