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장모 중사가 군검찰의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중사의 유족들은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성추행 2차 피해를 호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가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17일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군 장 중사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죽음을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해도 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다음날 작성한 메모도 공개됐다. 재판부는 “내가 여군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힘이 듭니다”, “이 모든 질타와 비난은 가해자 몫인데, 왜 내가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지, 나는 사람들의 비난 어린 말들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등 이 중사가 적은 메모를 읽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10월 8일 군검찰은 장 중사에게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6년형이나 낮게 나온 이유는 재판부가 군검찰의 기소 내용 중 장 중사가 이 중사한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사실을 특가법상 보복 협박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중사는 강제추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보복 협박 혐의에 대해선 협박이 아닌 ‘사과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해왔는데, 재판부가 이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메시지는) 피고인의 자살을 암시하는 표현이라기보다는 사과의 의미를 강조해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이후 선임·남자친구와의 대화나 문자메시지에서 피고인의 자살을 우려하는 모습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실신해 구급차로 후송됐고, 이 중사의 오빠는 “6개월 동안 재판을 했는데 지금 이렇게 나온 게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9년이 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인 장 중사한테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를 호소했으나, 동료와 상관한테서 회유·압박 등 2차 피해에 시달리다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