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픽사베이

“골목길에서 이어폰을 절대 꽂지 않는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교도소에 수용된 수감자를 만나온 이 교수는 평소 경계심이 많다고 한다. 언제나 주변을 360도 감시하면서 다니기 위해 이어폰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다.

길을 걸을 때 이어폰을 착용하면 주변 소음을 듣기 어려워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또 주변에 사람이 다가와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쉽다.

특히 최근엔 주변 소음을 최대한으로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무선이어폰이 대중화 됐지만, 전문가들은 외부에선 노이즈 캔슬링 기능 사용을 자제하거나 바깥 소리가 들리는 제품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늦은 밤 이어폰을 꽂고 걸어가는 여성들이 잇따라 범죄에 노출된 사례도 있었다.

2013년 3월 A(23)씨는 한 달간 집에 가는 여성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이어폰을 꽂거나 후드티를 쓰는 등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행위를 벌였다. 당시 A씨는 큰길에서부터 범죄 대상을 점찍어놓고 골목까지 쫓아갔지만, 피해자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A씨는 경찰에 자신이 과거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10명을 더 성추행했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2015년 9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B(32)씨는 새벽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집 앞까지 뒤쫓아가 흉기로 위협하고 성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B씨는 당시 피해 여성을 큰길에서 골목까지 쫓아갔지만 피해자가 이어폰을 끼고 있어 B씨의 범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도 보행 중 이어폰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경찰청은 “늦은 시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걸어가는 것을 삼가라”며 “주변에서 누가 다가와도 음악소리 때문에 알아채지 못해 범죄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일선 경찰도 한 지역 신문 기고를 통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길을 걸으면 음악소리에 집중하여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거나 주변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늦은 시간에는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 주변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