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체가 온라인에서 ‘쓸데없는 신박한 선물’이라며 음료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모자를 9800원에 팔고 있다. /인터넷 캡처

경기도 판교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김유진(28)씨는 지난 23일 회사에서 18명의 팀원들과 연말을 맞아 ‘쓸데없는 선물’ 교환식을 했다. 1만원 이내로 서로에게 줄 물건들을 사오기로 했는데, 각자 얼굴에 붙이는 루돌프코 장식, 치킨 모양 모자, 인형에 붙이는 붙임머리 등을 사와서 팀원들끼리 “내 선물이 제일 쓸데없다”고 겨뤘다. 이후 가장 쓸데없는 선물을 사온 팀원을 뽑았는데, 1개에 3000원짜리 플라스틱 삼겹살 모형 3개를 사온 김씨가 1등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선물 자체에는 의미가 없지만 서로 선물을 소개하면서 팀원들과 깔깔거리며 웃고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사이에서 크리스마스나 연말 전후 ‘쓸데없는 선물’을 교환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쓸데없는 선물 추천리스트’가 올라오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에는 ‘이렇게까지 쓸모없는 선물을 받았다’고 사진을 찍어 자랑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때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의미가 있는 물건들을 고르던 이전 문화와는 달리, 엉뚱한 선물을 고르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대학생 임모(26)씨도 최근 친구 6명과 함께 신발끈, 커피콩 등을 주고받으며 쓸데없는 선물 교환식을 했다. 그는 “특이하고 재밌는 걸 주고받는 자체가 추억이라 선물이 꼭 값지거나 상대방에게 실용적일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안성주(16)씨도 “친구 생일마다 1만~2만원짜리 사서 주고받으면 부담이 큰데, 이건 재미도 있으면서 비용도 적게 들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했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주요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는 ‘쓸데없는 선물’이 별도의 쇼핑 테마로 올라와 있는 경우도 많다. 카카오톡의 경우 ‘선물하기’ 항목 안에 ‘쓸모없는 선물’ 테마가 있다.